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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에 위치한 대형 물류센터 단지 전경. 아시아계 물류기업들의 미국 내 창고 임대가 집중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관세 회피와 빠른 배송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 
2024년부터 미국 내 물류센터 시장에서 아시아계 물류기업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뉴저지, 로스앤젤레스, 인랜드 엠파이어 등 핵심 물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창고 임대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보관 수요 확대가 아닌,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와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산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는 ‘동아시아계 물류사들의 창고 선점 경쟁’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업체 CBRE와 물류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아시아계 물류기업들이 새롭게 임대한 창고 수는 100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역대 최대치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은 10만 제곱피트(약 9,290㎡)를 초과하는 대형 시설로,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지역은 이러한 임대 수요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LA항과 롱비치항과 인접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 유리하며, 미국 내 주요 유통망과 연결되는 물류 노선이 집중돼 있어 해외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중국계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그 물류 파트너들은 해당 지역의 대형 물류센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확산은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를 넘어, 미·중 간 무역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 리스크 회피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024년 하반기, 미국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두 배 가까이 인상한 이후, 아시아계 기업들은 미국 내에 재고를 사전 적재하거나 관세 보류 창고(bonded warehouse)를 활용해 관세 적용 시점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현지 창고 보유는 단순한 물류비 절감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해상 운송 이후 통관과 분배에 수일이 소요됐지만, 미국 내 창고를 통해 직접 고객에게 출고가 가능해지며 배송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이는 고객 경험 개선은 물론, 반품 및 재고 회전 속도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미국의 ‘디 미니미스(De Minimis)’ 규정, 즉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제도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많은 아시아계 기업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소규모 직배송 중심의 물류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 전략의 핵심 기반이 바로 미국 현지 창고 인프라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는 장소가 아니라, 무역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이 됐다”며 “아시아계 물류기업들의 미국 내 물류센터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관세, 배송, 반품, 재고 관리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현지화 물류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물류 부동산 시장도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무역의 복잡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물류는 단순 운송을 넘어 전략적 선택지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