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서울·충청 지역,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도심 곳곳 침수…시민 대피령 발령도

“1시간에 40mm 이상 쏟아진 비…서울 도로 20여 곳 통제, 오송은 또 물바다”
2025년 7월 17일 오전, 서울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가 도심 기능을 마비시키며 대규모 통제와 긴급 대피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서울 지역 누적 강수량은 117.4mm에 달했다. 특히 강수 집중 구간이 도심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시간당 40mm가 넘는 비가 쏟아져 내렸다.

서울 서부 지역은 특히 피해가 컸다. 서대문구 증산교 하부도로는 빗물에 잠기며 전면 통제됐고, 중랑천, 도림천, 안양천 등 주요 하천 29곳에서 보행자 진입이 금지됐다. 서울시청은 "비상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침수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오송, 또다시 ‘물 폭탄’…호계리·상봉리 주민에 긴급 대피령
서울뿐만 아니라 충청 지역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침수 참사를 겪은 충북 청주 오송 지역에는 이날 오전 6시경 집중호우 특보가 발령됐으며, 오송읍 호계리와 상봉리 일대 주민에게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기존 수로의 배수 여건이 한계에 이르면서 저지대 주택가는 다시 침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주민들은 즉시 인근 초등학교나 지정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송 지역은 2023년 참사 이후 하수도와 배수펌프를 대대적으로 정비했지만, 단기간 폭우가 쏟아질 경우 여전히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장마철이면 불안에 떨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 “출근길 전쟁”…차량 고립·지하철 지연 잇따라
출근 시간과 겹친 폭우로 인해 서울 시내 교통 체계는 사실상 마비됐다. 동작구, 강서구 일대 주요 도로는 차량 정체가 극심했고, 몇몇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수십 대가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장인 김모 씨(42·여)는 “평소보다 1시간 먼저 나왔는데도 사무실 도착까지 2시간 넘게 걸렸다”며 “버스도 우회하고 지하철은 지연 운행돼 사실상 발이 묶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일부 노선에서 열차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침수 우려가 있는 저지대 역사에 대해서는 탄력 운행 중”이라고 공지했다.

전문가 “기후변화에 맞는 도시 인프라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상이변’으로 보지 않는다. 서울과 청주 등 주요 도시들이 기존 하수 인프라만으로는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영수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에는 시간당 50mm 안팎의 강수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이전 기준으로 설계된 배수관, 하천 정비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도심 저지대, 하천 인근 지역은 빗물 저류 시설 확대와 함께 도시 자체의 배수 흐름을 바꾸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중부지방 중심으로 추가 강우 예상
기상청은 당분간 서울·경기·충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중부지방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고, 국지성 호우 특성이 짙어 “예고 없이 퍼붓는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비가 단시간에 내릴 수 있다”며 “산사태, 축대 붕괴, 도로 침수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