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및 권한 남용 등 중대 범죄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압수된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제공을 특검에 거부한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이 보장한 진술거부권과 자기부죄금지 원칙에 따라” 협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특검팀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스마트폰 내 자료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압수된 기기는 핵심 증거 보관소…특검, “사건 실체 접근의 열쇠”
문제가 된 스마트폰은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사용한 개인용 아이폰으로, 수사팀은 해당 기기에서 대화 내용, 일정 기록, 파일 저장 내역 등을 통해 주요 인물들과의 교신 정황과 의사 결정 과정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특검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가 현대 수사의 핵심이며, 기기 내 정보는 일반 문서나 육성보다 더욱 명확하고 신속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포렌식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기의 보안 수준은 일반적인 디지털 포렌식 수단으로는 우회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애플사의 암호화 시스템은 사용자 동의 없이는 내부 데이터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과거 해외에서도 국가 기관조차도 해제에 실패한 사례가 존재한다.
윤 전 대통령 측 “헌법적 권리 행사”…정치적 해석엔 선 그어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해당 요청은 사실상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스스로 제공하라는 요구로,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며,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치적 맥락에서 이 사안을 과대해석하는 일부 시선은 유감”이라며, “특검 수사와 무관하게 헌법 정신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입장은 일부 법조계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한 헌법학 교수는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제할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사회에서 핵심적인 보호 장치다.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법원의 판단이 변수…강제 해제 시도는 현실성 낮아
특검은 현재 압수된 아이폰에 대한 접근을 위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법원이 피의자의 비밀번호 제공을 강제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과거 다수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기억된 비밀번호 제공은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애플 제품의 보안은 매우 강력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조차도 해제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해당 기기에 직접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의 향후 방향에 제한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반응 엇갈려…“협조 부족” vs “정치적 탄압”
이번 사안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수사에 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협조를 촉구한 반면, 야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기기 자체를 압수한 것도 과잉수사”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가 더 큰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 향후 수사 동력 확보 여부가 관건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피의자의 협조 여부를 넘어, 디지털 증거의 법적 지위와 피의자의 헌법상 권리 사이의 충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특검팀은 향후 기기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통신기록이나 주변 인물 조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증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포렌식 수사가 수사의 표준이 된 만큼, 기술과 법리 사이의 충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법원의 판단과 특검의 전략적 대응이 이번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