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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상승에 ‘트럭째’ 사라지는 화물… 북미 물류 보안 비상

절도 조직의 표적이 된 금속 화물, 플랫폼 해킹과 위장 차량으로 정밀 범죄
북미 전역의 물류업계가 구리 도난 사태로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고가 금속인 구리를 운송하는 트럭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으며, 물류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위험 정보 분석 기관인 Verisk CargoNe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북미 전체 화물 절도 중 구리와 관련된 사건은 약 26%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트럭 단위의 구리 화물 도난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이미 전년 대비 61%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온타리오 등 대형 물류 허브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번 절도 사태의 특징은 단순 강탈이 아닌, 고도로 조직화된 범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절도 조직은 정식 물류 중개 플랫폼에 접근해 위장된 계정으로 고가 화물을 수주한 뒤, 진짜 운송업체를 사칭해 화물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범행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실제 운송 차량과 유사한 모델을 준비하고, 정식 서류까지 위조하는 등 철저히 준비된 수법을 활용해 화주와 수신인을 모두 속인다.

또 다른 수법으로는 GPS 해킹을 통한 ‘릴레이 절도’가 있다. 이는 트럭이 중간 휴게소나 야적장에 주차된 틈을 타 범죄 조직이 차량을 빠르게 가로채는 방식이다. 이때 절도범은 실시간 차량 위치 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접근 루트를 계획하고, 주차 시점을 기다리다 범행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 운행이 많은 금속 운송 트럭은 이러한 범죄에 취약한 구조다.

물류 업계 관계자들은 구리 화물이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금속 자체의 높은 시장 가치다.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글로벌 수요 증가와 공급 불안정 속에서 꾸준히 상승 중이며, 톤당 수천 달러의 가치를 지닌 구리는 되팔기 쉬운 ‘현금화 자산’으로 분류된다. 둘째는 추적의 어려움이다. 구리는 일련번호나 개별 식별 정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되팔이 시장에서도 ‘추적성’이 떨어져 자금 세탁과 탈법 유통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물류 기업과 보험사, 그리고 일부 정부 기관들은 구리 화물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운송품에 대한 보안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운송업체는 고가 화물에 대해 이중 봉인 장치와 위조 방지 GPS 추적기를 병행 적용하고 있으며, 수·배송지에서 실시간 얼굴 인증 확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아울러 물류 플랫폼 업체들도 신규 가입 운송업체에 대한 실사 절차를 강화하고, 운송 경로 변경에 대한 경고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기술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정부는 조직화된 물류 절도에 대응하기 위해 ‘상업 화물 보안법(Commercial Cargo Security Act)’의 개정 검토에 착수했으며, 업계도 민간 차원의 정보 공유 협의체를 통해 실시간 절도 경보 시스템을 확대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고도화된 절도’가 구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리튬, 반도체 원재료, 농산물 등 수익성이 높은 다양한 품목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단순 감시를 넘어선 체계적이고 다층적인 보안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북미의 한 물류창고에 보관된 산업용 구리 케이블. 최근 구리 가격 상승과 맞물려 고부가가치 금속 화물이 조직적 범죄의 주요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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