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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머니투데이/틱톡 캡처. |
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갓생’ 열풍이 한풀 꺾인 자리를, 일정 기간 스스로를 목표에 묶어두는 ‘락인(lock-in)’식 자기관리법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새해를 맞아 1년짜리 거대한 계획표 대신 ‘2주 락인’, ‘30일 집중 기간’처럼 짧고 강한 몰입을 선언하는 방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락인은 말 그대로 자신을 하나의 목표에 일정 기간 ‘잠그는’ 개념이다. Z세대 이용자들은 시험 준비, 포트폴리오 제작, 체력 관리, 디지털 디톡스 등 각자 필요한 분야를 하나 골라 기간과 규칙을 정한 뒤,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스스로를 압박한다. “1월 2주 공부 락인”, “방학 한 달 체력 락인”처럼 이름을 붙이고, 매일 인증샷과 기록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SNS가 일종의 ‘공개 다이어리’이자 ‘감시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락인의 내용은 크게 공부·자격증, 운동·건강, 디지털 디톡스 세 축으로 나뉜다. 새벽 기상 후 공부 시간을 측정해 공유하거나, 만보 걷기·홈트 루틴을 촬영해 짧은 영상으로 올리는 식이다. 여기에 “밤 11시 이후 휴대폰 금지”, “SNS 하루 1시간 제한” 등 앱 기능을 활용한 디지털 디톡스를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활 리듬을 동시에 조정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일정표와 작업 공간, 운동 기록 화면 등을 찍어 올리며, ‘오늘도 락인 유지 중’이라는 문구를 덧붙여 스스로를 독려한다.
흥미로운 점은 Z세대가 락인을 단순한 성과 경쟁이 아니라 ‘과정 공유’ 중심의 놀이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획을 지키지 못한 날에도 빈 공부 노트,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 화면 캡처 등을 올리며 “오늘 락인 실패, 내일 재도전” 같은 자조 섞인 문구를 붙인다. 실패를 숨기기보다 콘텐츠로 노출함으로써, 완벽함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작심삼일을 여러 번 해서 한 달을 채우는’ 방식으로 목표를 재해석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도가 높은 경쟁과 불안 속에서 자기계발을 지속하기 위한 Z세대식 방어기제이자 적응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락인 트렌드는 플랫폼과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일정 관리 앱과 공부·운동 기록 서비스는 연초를 겨냥해 ‘락인 모드’, ‘집중 기간 통계’ 등 기능을 강화하고, 특정 기간 연속 사용 시 배지를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다이어리·플래너·타이머·스티커를 묶은 ‘새해 락인 패키지’를 선보이며, 절약과 건강을 앞세운 ‘30일 소비 락인 챌린지’ 같은 이벤트로 고객 락인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락인 열풍의 배경에 장기적인 ‘갓생’ 서사를 버티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피로감이 깔려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1년 치 계획을 세우기보다, 해볼 수 있는 기간만 정해 전력을 다한 뒤 결과와 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하는 방식이 Z세대에게는 더 ‘현실적인 설계’라는 것이다. 한 청년 세대 연구자는 “락인은 포기라기보다 장기전 대신 단기전을 반복하는 전략”이라며 “완벽한 삶의 프로젝트보다는, 짧은 집중 구간을 여러 번 쌓아가는 방식이 앞으로 새해 자기관리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