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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포브스코리아(Forbes Korea) | 
물류업계의 화두가 ‘가볍게, 그러나 더 넓게’로 옮겨가고 있다. 창고와 차량 등 물류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대신 기술과 네트워크 중심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비자산(Asset-Light) 물류 모델이 국내외 3PL(Third Party Logistics)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자산형 물류란 대규모 창고나 차량, 운송기기 등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외부 자산 보유 기업이나 파트너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물류 자산에 대한 막대한 투자 없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수요 변동에 따라 운영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유연성과 확장성을 자랑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Kearney는 “물류 산업의 미래는 자산 중심(Asset-Heavy)에서 기술 중심(Tech-Driven)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네이버는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통해 창고와 배송망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협력사를 연결해 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SDS 역시 ‘첼로스퀘어(Cello Square)’를 통해 IT 기반 글로벌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며, 자산 보유 대신 기술력과 데이터 관리 능력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역시 AI 물류 최적화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비자산형 운영 방식을 확장 중이다.
이처럼 비자산형 모델이 각광받는 이유는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명확하다. 기존의 자산형 물류는 창고 신축, 차량 구매, 유지보수 등 대규모 투자비용이 필수적이었다. 반면 비자산형 물류는 파트너 네트워크와 시스템 통합을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대폭 줄이면서도, 데이터 분석과 수요 예측 기술을 활용해 더 높은 운용 효율을 실현할 수 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다 보니 서비스 품질과 운영 안정성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3PL 업체들은 외부 계약사 의존도가 높아 물류 품질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완성도 높은 비자산형 모델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장기적 신뢰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 방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온라인 커머스의 확장,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화, ESG 경영의 확산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더 빠르고 유연한 물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자산을 줄이고 기술과 데이터 역량으로 경쟁하는 구조가 그 해답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물류 경쟁력은 창고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파트너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비자산형 3PL 모델은 물류를 단순한 ‘운송·보관’이 아닌 ‘정보·네트워크·기술 서비스’로 재정의하며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비자산형 물류는 이제 단순한 비용 절감 전략을 넘어 3PL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설비 중심의 시대에서 기술 중심의 시대로, 무거운 자산 대신 유연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물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