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에 비해 인재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정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인력 양성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31년까지 약 81,000명에 달하는 반도체 분야 인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 추산이 아니라, 국내 반도체 수요 전망과 교육기관의 공급 역량, 현장 인력 이탈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결과다. 특히 고급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산업 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력 양성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급성장하는 반도체 산업, 인력 수급이 최대 위협 요인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 산업이다. 전체 수출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경쟁에서도 주도권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산업 성장 속도를 인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전문 인재 양성 기관의 공급 한계: 전국 대학 및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전공 인력은 연간 약 3,000명 수준에 그치며, 그 중 상당수는 연구소나 해외 기업 등 타 산업군으로 이탈하고 있다.
현장 실무형 인재 부족: 반도체 장비 운용, 공정 엔지니어링, 품질 분석 등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실무형 중급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교육 및 전직 시스템 미비: 기존 기술 인력의 업스킬링(Up-skilling)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플랫폼이 부재하며, 기업 중심의 내재적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 대응 나섰지만 현실과의 괴리 존재
정부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 등을 통해 인재 15만 명 양성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감사원은 양적 목표 중심의 정책이 실제 산업 수요와 괴리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업 맞춤형 교육이나 지역 기반 직업훈련, 산업현장 연계형 커리큘럼의 부족이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업 수요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 대학 중심의 공급 모델에서 탈피해, 민간 기업과 연계한 산학 협력 모델, 재직자 대상의 집중형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의 반응…“사람 없어서 장비 못 돌리는 상황 이미 발생 중”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인력 부족으로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한 대형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없어서 설비 설치가 몇 달씩 밀리는 경우도 많다”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운영할 사람 없으면 공장도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방이나 중소기업 위주의 반도체 부품 공급사에서는 고급 인력 유치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으로 인재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인력 불균형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