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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연료 도입 지연, 물류업계에 커지는 탈탄소 전환의 비용 부담

전 세계 물류기업들이 녹색전환을 서두르지만, 연료비와 설비투자 부담이 도입 속도를 늦추고 있다
출처: SupplyChainBrain
전 세계 물류업계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친환경 연료 도입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높은 비용,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도입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해운 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제 규제와 시장의 압박 속에서 친환경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공급망관리협회(ASCM)가 발표한 「2025 공급망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한 물류(Sustainable Logistics)’를 올해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보고서는 “전 세계 공급망이 환경 영향을 고려한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실제 기업들의 탈탄소 투자 속도는 여전히 목표 대비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물류기업이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기술 투자는 지연되고 있다.

컨설팅 업계의 분석 역시 비슷하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는 「Decarbonizing Logistics: Charting the Path Ahead」 보고서에서 전 세계 물류기업 중 약 절반만이 탈탄소 전략을 수립했으며, 실제 실행 단계에 들어간 기업은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친환경 물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연료비, 설비 교체비, 기술 확보비 등 초기비용이 도입을 늦추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해운 부문에서는 친환경 연료의 단가가 기존 연료보다 3~4배 이상 비싸고, 그에 따라 전체 운임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The Real Cost of Decarbonizing Shipping Industry」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해운 화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 즉 친환경 운송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지불 가능한 수준은 평균 4%에 불과했다. 반면 완전한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프리미엄은 10~15%, 일부 구간에서는 30~40% 수준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결국 친환경 전환을 위한 비용과 시장 수용력 간의 간극이 도입 속도를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Closing the Green Fuels Price Gap」 보고서에서 “현재 해상운송 부문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연료는 기존 연료 대비 3~4배 비싸며, 아시아-유럽 항로 기준으로 한 컨테이너당 추가비용이 1,000달러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연료비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친환경 선박 연료 도입은 대형 해운사 외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데이터도 이러한 지연 현상을 뒷받침한다. 2022년 기준 국제 해운의 에너지 소비 중 바이오연료 비중은 0.5% 미만에 불과하며,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연료는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력 기반 운송수단의 상용화 역시 전력 인프라와 배터리 기술 한계로 인해 단기간 내 확산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탄소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해운 부문에 대해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규정을 도입했고, 주요 해운국가들은 이를 “사실상 운임 인플레이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9월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주요 170개국이 처음으로 국제해운에 대한 탄소배출 부과금(global fee)을 합의했으며, 이는 향후 물류기업의 비용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국제 물류전문가들은 결국 “친환경 물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속도는 각 기업의 재무 여력, 정부의 지원정책, 그리고 기술 혁신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연료 가격 격차 해소, 기술 표준화, 그리고 글로벌 물류망의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지 않는 한, 탈탄소 물류 시대의 완전한 도래는 아직 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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