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탈(脫)중국화 본격화, 베트남·인도 ‘새 물류 허브’로 부상

글로벌 기업, 지정학 리스크와 관세 회피 위해 공급망 다각화 가속… 중국 중심 구조 ‘부분적 재편’ 진행 중
출처: Flickr / Yangshan Deep-Water Port, Shanghai
2025년 하반기 들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관세 정책 변화, 그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세계 주요 제조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탈(脫)중국화(De-China)’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는 올해 6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여전히 핵심 공급망 국가이지만,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인도·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를 ‘전면 이탈’이 아닌 ‘재배치(re-arrangement)’ 단계로 규정하며, 공급망이 복수 거점화되는 경향을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투자와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베트남은 GDP 대비 약 20% 수준인 물류비용을 선진국 수준인 10% 내외로 낮추겠다는 국가 전략을 수립했으며, 항만·도로·물류센터 등 인프라 현대화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삼성·애플 등 주요 제조 기업이 생산 라인을 단계적으로 이전하거나 보조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또한 재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 전문 매체 Supply Chain Brain은 “2025년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강화 이후, 글로벌 제조 기업의 약 15~20%가 생산 일부를 인도·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로이터는 패션 유통 기업 쉬인(Shein)이 미국 관세 회피를 위해 베트남에 대규모 물류창고를 신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실질적인 공급망 재배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완전한 탈중국화’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생산 기반과 인프라 규모 면에서 단기간 대체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즉,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리스크를 분산하는 다원적 구조로 변화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결국 탈중국화의 핵심은 ‘이탈’이 아니라 ‘균형’이다. 베트남과 인도는 물류·인프라 현대화와 정책 지원을 통해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의 역할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공급망의 다극화가 현실이 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비용·리드타임·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물류 전략 수립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