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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 물류창고로 향하다 – 2025년 물류 인프라 투자 ‘리프라이싱’의 해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물류창고·허브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자산 가치 재평가가 동시에 이뤄지며, 물류가 새로운 글로벌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SolarEdge
2025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물류 인프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에서도 창고와 허브 등 물류시설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공급망 회복력 덕분에 투자자들의 ‘피난처 자산(safe haven)’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우량 입지를 중심으로 자산 가치가 재평가되며, 글로벌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 세계 최대 산업용 부동산 기업인 프로로지스(Prologis)는 2025년 3분기에 약 6,200만 제곱피트 규모의 신규 리스를 체결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운송 수요 조정과 금리 부담이 여전하지만, 주요 항만과 내륙 허브 지역의 신축형 창고에는 여전히 임차 문의가 몰리고 있다. CBRE와 JLL은 “2025년 들어 산업용 부동산 중 물류 자산의 거래량과 임차율이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노후 자산은 공실 압박을 받는 반면, 최신 사양의 물류센터는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투자 흐름이 활발하다. CBRE 아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이 지역의 크로스보더 물류 투자는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며, 2분기만 놓고 보면 86% 급증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운용사와 연기금이 물류 부동산을 핵심 자산군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들 시장은 인건비와 토지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자상거래와 3자 물류(3PL)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중장기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는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꼽힌다. 캐나다계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2025년 5월 약 1,300만 제곱피트 규모의 물류 인프라 포트폴리오 인수를 위해 5,000억 루피(약 8조 원) 규모의 입찰을 진행했다. 또 유럽 물류 개발사 파나토니(Panattoni)는 인도 남부 호수르 지역에 25에이커 규모의 ‘그레이드 A’ 물류단지를 신축하기로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를 넘어 아시아 각국의 공급망 거점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물류로 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류창고는 장기 임차계약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 여기에 ESG 기준을 충족하는 현대식 설비(태양광 지붕,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요와 맞물려 추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항만과 공항 인접 지역의 신축형 물류센터는 공실률이 5% 이하로 유지되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오피스·리테일 시대’를 대체할 차세대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모든 물류 자산이 동일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낙후된 단층형 창고나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내륙 자산은 여전히 공실률이 높고, 리스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결국 ‘입지·사양·테넌트 믹스’의 삼박자를 갖춘 자산만이 자본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물류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단순 창고 운영을 넘어 글로벌 투자 흐름에 부합하려면, 에너지 효율과 자동화 설비를 강화한 스마트 물류센터 중심의 개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이커머스, 콜드체인, 3자 물류 등 구조적으로 수요가 유지되는 업종을 주요 임차인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 변동성과 환율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저평가된 물류 자산을 선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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