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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일터를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세계기상기구(WMO) 공동 보고서 분석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이 더 잦고 강해지면서, 전세계 노동 현장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WHO와 WMO가 발표한 공동 기술 보고서 『Climate Change and Workplace Heat Stress: Technical Report and Guidance』는 이러한 위협이 단순한 기후변화의 파생현상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생산성, 나아가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임을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4억 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도한 열(“폭염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연간 2,285만건 이상의 산업 재해에 연루되어 있으며, 열환경과 직접 연결된 질병 및 손상의 규모도 매우 크다.
특히 실외 작업자(농업, 건설, 어업 등)뿐만 아니라 실내지만 냉방·환기가 불충분한 환경, 보호복·장비를 착용하는 작업자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조건인 ‘습구열지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 WBGT)’가 섭씨 20도 초과할 때부터 노동 생산성은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2~3 %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산업체·국가 단위에서 생산성 손실, 사고 증가, 건강 비용 증가 등의 부정적 영향이 동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열사병, 탈수, 신장 기능 장애, 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직업성 건강위험이 관찰되고 있다.
WHO는 “8시간 작업 중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으로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또한 과거 적도 인근 지역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열환경 리스크가 최근에는 유럽·북미 등 중위도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장소·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열파 빈도·강도 증가가 근본 요인이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2024년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해로 언급된다.
노동 환경에서는 단순히 기온만이 아니라 높은 습도, 직사광선 또는 기계·노동으로 생성되는 복사열, 불충분한 공기 순환 또는 냉방, 무거운 보호복 또는 장비 착용 등이 열축적(heat load)을 가중시켜 문제가 된다.
이러한 환경이 누적되면 신체의 열배출기능이 무너지고, 체내 열이 과잉 축적되며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농업, 건설, 어업과 같이 야외에서 체력 노동이 많은 분야가 특히 위험하다.
실내 작업이더라도 고온·고습 환경에서 노동하는 제조업, 금속공장, 보호복 착용이 필요한 작업자들도 해당된다.
신체 적응력이 낮은 중·고령자, 만성질환자, 신체활동이 낮은 사람들, 그리고 이주노동자 등 경험이 적고 열에 적응할 기회가 적은 노동자들도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정부, 사업주, 노동자, 노조, 보건·기후·직업안전 기관 등)가 협력하여 직업 열스트레스(occupational heat-stress)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직업 열건강 정책 수립: 지역 기후, 직무 특성, 노동자 취약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열건강 행동계획(occupational heat action plan)’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인식 제고: 노동자, 사업주, 보건 전문가 모두 열스트레스 증상(열피로, 열경련, 실신 등)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환경 조정: 작업 스케줄 변경(무더위 시간대 회피), 충분한 휴식 및 수분 보충, 그늘·냉방구역 마련, 보호복 개선 등이 권고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 폭염 빈도 증가, 건설·농업 등 야외 노동자의 사고·건강 피해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점들이 중요하다.
국내 건설현장, 농작업, 외부 설비 유지보수 등의 야외 노동환경에 대해 폭염 위험 평가 및 대응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도시지역 실내 공장이나 냉방이 취약한 환경도 열스트레스 위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노동시간 유연화, 폭염 경보 시 작업시간 조정, 충분한 수분 및 휴식 보장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지자체·노사·보건당국이 협력하여 ‘직업 열스트레스 지침’을 마련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이상 ‘폭염은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 노동환경의 중대한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WHO·WMO의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이며, 대응을 미루면 노동자의 건강·안전은 물론 국가·산업의 생산성까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노동자를 극심한 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건강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 Ko 
국내외 모든 사업장과 정책주체는 이제 ‘더위’에 관한 대처를 일상의 안전관리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 = Chandler Denise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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