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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산림 건강, “심각한 수준”…기후위기 가속화 경고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 (Public Domain)
최근 국제 환경단체와 유엔 산하 기구들이 잇따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산림 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dismal)”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10만 헥타르(ha) 규모의 산림이 사라졌으며, 이는 2030년까지 산림 훼손을 멈추겠다는 글로벌 목표 대비 약 63% 뒤처진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 수치는 약 대한민국 전체 국토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림 파괴 속도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내 주요 열대림 지역에서 생태계 붕괴와 기후 재앙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산림 훼손의 주된 원인으로는 대규모 축산업, 단작(monocropping) 농업, 불법 벌목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남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소고기 생산을 위한 방목지 확장과 팜유, 콩 재배지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여전히 매년 약 4,090억 달러(한화 약 560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숲을 훼손하는 산업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정 구조를 “기후 대응의 역행(subsidized destruction)”이라고 표현했다.

산림은 ‘탄소 저장고’, 하지만 빠르게 무너지는 중

산림은 탄소를 저장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지구 최대의 천연 탄소저장고(carbon sink)다.
하지만 나무가 베어지거나 불타면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돼,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산림의 흡수 능력이 2050년 이전에 절반 이하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산림 파괴는 단순한 나무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열대우림은 지구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숲의 건강이 곧 생태계의 건강을 의미한다.
나무가 사라지면 서식지가 붕괴되고, 먹이사슬이 끊어지며, 결국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내몰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산림 훼손이 멸종 위기의 가장 큰 단일 요인 중 하나”라며, 특히 아마존, 콩고분지, 인도네시아 열대림이 위험한 전환점(tipping point)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은 단지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숲이 줄어들면 토양 침식, 수자원 고갈, 홍수 증가, 지역사회 생계 악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뒤따른다.
실제로 숲 인근 지역에서 생활하는 약 12억 명의 인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산림이 생계 수단이자 식량·약재의 공급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림 파괴는 빈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세계은행은 “산림은 가장 취약한 인구층에게 기후적·경제적 보호막 역할을 해왔지만, 그 방패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2021년 COP26(글래스고 기후회의)에서 **‘2030년까지 산림 훼손 중단’**을 약속했지만, 실제 진전은 매우 제한적이다.
다수 국가가 여전히 산림 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보호구역 지정이나 복원 프로젝트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브라질은 최근 불법 벌목 단속을 강화하며 아마존 훼손률을 전년 대비 약 30% 줄였고, 인도네시아도 재조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제적 재정 지원과 무역 구조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역시 더 이상 산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에서는 대규모 산불과 병해충 확산으로 숲의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 생태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숲을 단순한 경관이 아닌 ‘기후안보 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장기적 복원 전략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해외 벌목산물 수입을 통해 발생하는 ‘해외 간접 산림 훼손’(imported deforestation) 문제에 대한 책임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목재·사료 수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외 산림 훼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림의 위기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존과 직결된 구조적 위기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이 산림 보존의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동시에 행동하지 않으면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숲은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생명 기반이자, 가장 현대적인 기후 해법이다.
숲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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