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의 상징이자 지구의 ‘허파’로 불리던 호주 열대우림이 이제는 오히려 탄소를 내뿜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오랜 기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최근 들어 스스로를 지탱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기후 변화가 만든 전환점
호주의 열대우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태계 중 하나로, 남미 아마존과 더불어 중요한 탄소 흡수원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호주 현지 생태학자들과 기후 과학자들이 실시한 장기 관측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가뭄·산불 증가 등 복합적인 환경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이 지역의 나무들이 더 이상 순탄소 흡수원이 아닌 상태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호주 북부 지역의 열대우림에서 수천 그루의 나무 생장률과 탄소 저장량을 추적 관측했다.
그 결과, 과거엔 연평균으로 상당한 양의 탄소를 흡수하던 나무들이 최근에는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을 초과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양의 건조화와 고온 현상으로 인한 광합성 효율 저하, 나무 고사율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구의 허파가 보내는 경고
열대우림은 전 세계 탄소 순환의 핵심 축이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며 기후 안정에 기여해 왔으나, 이번 호주 사례는 그 균형이 이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탄소 흡수 시스템이 한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르고 있다”며 “열대우림이 배출원으로 바뀌면 기후변화 속도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호주는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산불 피해로 광범위한 식생 손실을 경험했다.
2019~2020년 ‘블랙 서머(Black Summer)’로 불린 초대형 산불은 약 1,800만 헥타르의 산림을 태웠고, 이는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시켰다.
이후 기후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자들의 해석과 대응 방향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National Centre for Climate Restoration)는 이번 현상을 “예견된 전환점의 현실화”로 평가했다.
센터 관계자는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생태계 붕괴의 과정”이라며 “산불, 건조화, 생물 다양성 감소가 서로 맞물리며 숲의 순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산림 복원과 보호 구역 확대,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즉 기존 숲의 건강성 회복과 생물 다양성 관리가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제적 파급력
이번 연구는 호주에 국한된 사례지만, 전 세계 열대우림 관리 체계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아마존, 인도네시아, 중앙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지속되면 지구 전체 숲의 10~15%가 순탄소 흡수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는 인류가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 계획에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호주 열대우림의 변화는 단일 국가의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반의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숲이 더 이상 인류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 대응의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는 셈이다.
이제 남은 선택은 명확하다.
‘숲을 지키는 것’이 곧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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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Zdeněk Macháček /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