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9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제재 복원 절차에 공식 참여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제안한 ‘스냅백(snapback)’ 절차가 본격적으로 논의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이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스냅백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이란이 합의를 위반한다고 판단될 경우, 별도의 안보리 표결 없이도 과거에 부과된 제재를 자동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는 합의 참가국들의 동의에 기반한 조항으로,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질 때 즉각적인 대응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번에 유럽 3국(E3, 영국·프랑스·독일)이 제기한 사안은 최근 이란이 농축 우라늄 활동을 확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사찰 협력을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제재 복원 논의가 다시 불붙었고, 의장국인 한국이 회의 진행과 절차 관리에 나서게 됐다.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올해 9월 의장국을 맡고 있다. 의장국의 임무는 회의를 주재하고 결의안이나 성명에 대한 절차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스냅백 발동 여부에 대한 논의를 형식적으로 이끌 책임을 지게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은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중립적 입장에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핵 비확산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특정국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외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최근 행보가 명백히 핵합의 위반이라고 보고, 제재 복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스냅백 발동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제재 강화가 오히려 이란을 더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란의 핵 활동을 제약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스냅백 절차가 실제로 발동될 경우,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자동으로 부활한다. 이는 원유 수출과 국제 금융 거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이란 경제에 심각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국제 원유 시장의 불안정성과 중동 지역 정세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 안보 현안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주요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결국 한국의 역할은 단순한 회의 진행을 넘어, 이란 핵 문제라는 국제적 갈등 현안 속에서 중재자적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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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유엔 사진/JC 맥일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