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8월 25일 본회의에서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오랜 기간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으로 꼽혀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특히 감사위원 선출 절차와 소수 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대주주의 영향력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작용해 사실상 이사회와 감사기구가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일정 부분 제한되고 소수 주주도 독자적으로 감사위원을 뽑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감사위원뿐 아니라 이사 선임 절차에도 변화가 포함돼 있다. 일정 지분을 가진 소수 주주가 직접 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선임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경영진과 대주주의 권한 집중을 제어할 장치가 강화된 것이다. 국회는 이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은 “주주 권한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이는 곧 기업 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와 기업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 협회들은 개정안 시행으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과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나 행동주의 펀드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경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되면, 실제로는 소수 주주 간 이해관계나 외부 세력에 의해 기업 운영이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이번 개정이 국제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조치로, 기업 환경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또 다른 시각에서는 법이 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기업 환경 특성상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 어렵고, 제도 변화가 투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후속 시행령과 세부 규정이 확정돼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제도의 실제 효과와 부작용은 향후 시행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후속 지침 마련 과정에서 기업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제도 환경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은 제도의 도입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경영진과 주주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