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에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외교·통상 전방위 협상에 나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7월 21일 “현재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있다”며 “발효 이전까지 예외 확보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 막판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실 위성락 실장 또한 2주 만에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하며 백악관과의 직접 교섭에 나섰다.
관세가 실제 발효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GM코리아는 미국 수출 차량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국내 공장 구조조정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및 총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통해 관세 회피 전략을 마련했지만, 한국산 수출 물량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 장치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긴급 대책을 발표하고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세제·보조금 지원을 강화한 바 있다. 신차 구매세 인하 조치가 대표적이며, 전기차에 대한 국고 보조금 확대, 수출 보험 강화 등도 시행 중이다. 산업부는 추가로 정책금융 15조 원 규모를 운용해 중소 협력업체까지 보호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무역 협상 측면에서도 대응 구조가 재정비되고 있다. 정부는 6월 ‘한미 통상 대응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민감 산업에 대한 통상 전략을 수립했다. 6월 말 열린 통상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은 관세 예외를 공식 요청했고, 미국 측은 “원칙적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 안팎에선 8월 전까지 '원칙적 합의(in-principle deal)' 도출 가능성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부 무역 관계자는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이 미국의 농산물 시장 접근성 확대 요구를 수용하는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발효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기업과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의 경우 이미 미국 바이어로부터 납기 지연과 가격 조정 요구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부품사는 “향후 주문 취소가 잇따를 경우 인력 감축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업계와 정부는 이제 관세 유예가 아닌 구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이슈는 단기 외교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산업의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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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분주한 국내 항만의 하역 작업 현장. 수출입 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세 정책 변화가 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