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깍두기 인상’으론 부족했다…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다시 벌어졌다
    • 2018·2019년 고율 인상에 저임금·비정규직 시급 상승…격차 일시 완화
      2019년 이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재확대…최저임금만으론 ‘구조 장벽’ 못 깨
      “사회보험료·근로시간·영세사업장 지원 등 패키지 정책 동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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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유토이미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던 몇 해 전의 정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시급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 축소 효과가 약해지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되면서 ‘최저임금만으로는 구조적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다시 확인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10년대 후반 고율 인상기를 중심으로 임금분포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목표로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을 16.4%,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했던 시기의 효과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임금근로자를 시간당 임금 수준에 따라 세 집단으로 나눴다. 해당 연도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최저임금 미만 집단’,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영향 집단’, 직접적인 영향은 적지만 간접적인 파급을 받을 수 있는 ‘차상위 임금 집단’이다. 이 세 집단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다시 나누어 임금 분위(25·50·75분위)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 고인상기였던 2017~2019년 사이에는 모든 집단에서 25·50·75분위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최저임금 미만 집단과 영향 집단에서 중윗값(50분위)과 하위분위(25분위)의 임금 상승 폭이 두드러졌는데, 이 구간에는 비정규직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높아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임금을 직접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영향 집단에서는 2018년 급격한 인상 직후 비정규직 시급이 크게 올라 같은 구간 정규직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 비정규직 임금 개선 → 임금격차 완화’라는 연결고리가 분명하게 작동한 셈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동일한 구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격차는 다시 벌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임금 수준이 일정 부분 맞춰진 이후에는 정규직의 임금 상승 속도가 다시 빨라지거나,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 여력이 제한되면서 격차가 재확대된 것이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 완화 효과가 점차 약화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집단 간 차이도 확연했다. 차상위 임금 집단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기간에 걸쳐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다른 집단보다 높은 평균 시급 수준을 유지했다. 이 구간에서는 임금 상승도 완만하게 이어져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 계층’으로 기능한 반면, 최저임금 미만 집단은 전체 기간 동안 가장 낮은 평균 시급에 머물렀다. 2018년 이후에도 임금 증가 폭이 제한적이어서 제도 개선의 효과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단기적으로는 개선했지만, 임금 구조 전반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결론이다. 연구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의 상대적 임금을 개선해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최저임금 카드’만으로는 임금격차를 안정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며 보완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보전 장치, 영세사업장을 위한 맞춤형 재정·컨설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특정 업종이나 고용형태에 집중되지 않도록, 산업별·고용형태별 이질적 영향을 고려한 차등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얼마나 올릴 것인가”를 넘어 “어떤 정책과 묶어서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려면 최저임금 인상을 출발점으로 삼되, 노동시장 이중구조·사회보험·영세사업장 지원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대책이 함께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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