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재해로 인한 인구 이동, 10년 새 2억 5천만 명…지구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 홍수·폭풍·가뭄이 불러온 ‘기후 난민’ 급증…유엔 “이제는 인류 이동의 새 시대”
    •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미래 tense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사람이 살던 터전을 버리고 이동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홍수·폭풍·가뭄 같은 기후재해로 인해 약 2억 5천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류 이동으로 평가된다.

      이번 수치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가 공동 분석한 자료로, 2025년 11월 발표된 최신 보고서 《Climate Displacement and Human Mobility》에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인구 이동은 주로 아시아·아프리카·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특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수단 등지에서는 매년 수백만 명이 주거지를 상실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물이다. 홍수와 폭풍,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전체 이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강수와 태풍의 빈도 증가가 저지대 국가와 해안 도시를 직격하면서, 더 이상 일시적 재난이 아닌 ‘상시적 이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가뭄과 사막화로 인한 식량난이 새로운 이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재해가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무력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기후 요인으로 인한 난민이 더 많아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기존 인프라와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권·경제·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기후정책센터의 한 연구원은 “이동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지만, 현재의 기후난민은 ‘선택이 아닌 강제 이주(forced migration)’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유엔은 특히 농촌 지역의 붕괴와 도시 집중화가 가져올 2차 문제에 주목한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로 인구가 몰리며, 이는 주거난·빈곤·보건위기 등으로 이어진다. 방글라데시 다카(Dhaka)와 나이지리아 라고스(Lagos), 필리핀 마닐라(Manila) 등지에서는 이미 인프라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기후 이주자(Climate Migrants)’를 정식 법적 지위로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국제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제법상 난민의 정의에는 “환경 요인으로 인한 이주”가 포함되지 않아, 대부분의 기후 난민이 법적 보호 밖에 놓여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제는 이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기후재해는 국경을 구분하지 않으며, 인류 전체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한, ‘이동’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필연이 된다.
      지구가 사람을 밀어내는 시대, 우리는 그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Doug Baselt  Wikimedia Commons Drought in Georgia 2007 CC BY 20
      Doug Baselt / Wikimedia Commons, Drought in Georgia (2007),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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