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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Identec Solutions |
2025년 하반기 들어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이 심각한 수익성 위기를 맞고 있다. 해상 운임이 주요 노선 전반에서 하락세를 이어가며,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맞물려 업계 전반에 적자 신호가 켜졌다. 일본계 대형 해운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 ONE)는 2025회계연도 하반기(H2) 실적 전망을 기존 흑자에서 약 6,100만 달러 손실로 수정 발표했다. 이는 상반기 순이익 3억 7,100만 달러보다도 크게 악화된 수치로, 전년 같은 기간(약 27억 달러) 대비 80%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ONE은 “2분기 들어 스팟 운임이 분기 말로 갈수록 가파르게 하락했으며, 하반기에는 신조선 인도 물량이 늘어나 시장 여건이 한층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조사기관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글로벌 평균 스팟 운임은 1,60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는 주요 선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2,200달러 선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발 미서안 노선(상하이→로스앤젤레스)은 전년 대비 58% 가까이 급락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럽 주요 해운사와 물류기업들 역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컨테이너 운임이 202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운임 급락의 근본 원인은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화물 수요가 정체되면서 주요 항로의 물동량이 줄어든 반면, 2024~2025년에 집중 인도된 신조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대거 투입됐다. ONE은 “발주된 신조선 규모가 기존 선대의 약 30%에 달해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정책 강화로 화주들이 물량을 선제 출하한 뒤 수요 공백이 발생하면서 운임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선사는 노선 축소나 운항 중단, 선박 재배치 등으로 공급량 조절을 시도하고 있으나, 과잉 선복이 워낙 심화되어 단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항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빈항(Blank Sailing)을 늘리는 방식이 일시적 대응책이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수익성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화주(貨主)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운임 하락은 단기적으로 물류비 절감 효과를 주지만, 서비스 품질 저하나 선복 부족, 운항 지연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글로벌 화주는 장기 계약 비중을 확대하거나, 운임 하한선을 포함한 조건부 계약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운임 급락 사태를 단기적인 경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 공급 과잉의 결과로 보고 있다. 한 해운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재의 해상 운임 하락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시장의 체질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2026년까지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 11월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불과 2년 전 팬데믹 이후 운임 폭등기의 정반대 국면에 서 있다. 과잉 선복, 둔화된 수요, 지정학적 불안, 금리와 환율 등 복합 리스크가 중첩되며 해운사의 수익구조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대응 전략과 구조조정 속도가 향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