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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RLB Architects |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기존의 생산 중심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지 인근에 창고와 풀필먼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한 아시아계 물류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며, ‘국경 간(eFCL 등) 풀필먼트 확장’이 새로운 물류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기반 물류기업들의 미국 내 창고 임대 규모는 최근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 주요 물류 허브 지역에서 임대 계약이 급증했으며, 이는 단순한 물류 거점 확대가 아니라 소비지 근접형(Consumption-Proximity) 공급망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전자상거래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창고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당일 배송’ 요구가 높아지고, 반품 및 재배송 물량이 증가하면서 장거리 운송 중심 구조로는 물류 효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본토나 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보다는 소비지 인근 풀필먼트 센터에 미리 재고를 배치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리쇼어링(Reshoring) 흐름은 단순한 창고 이전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생산기지에서 제조 후 글로벌 운송망을 통해 배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밀집 지역에 가까운 곳에서 상품을 보관·포장·출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계 물류·전자상거래 기업은 미국 신규 창고 임대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류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지 근접 전략이 앞으로 물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소규모 주문이 급증하면서 창고의 입지와 처리 속도가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고 있다. 또한 항공·해상 운송비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지 창고 운영은 비용 예측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리쇼어링 확대에 따라 창고 임대료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항만 인근 창고 임대 단가는 전년 대비 약 15% 상승했으며, 뉴저지 지역 역시 평균 계약 단가가 10% 이상 올랐다. 이에 일부 물류기업들은 장기 임대 대신 자체 부지 매입을 통해 중장기적 물류 거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물류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미국 내 풀필먼트 거점 구축과 반품(리턴) 물류 대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는 한국 브랜드들은 뉴저지나 캘리포니아 지역의 제3자 물류(3PL) 창고를 활용해 재고를 미리 배치하고, 주문 즉시 현지 출하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글로벌 확장이 아니라 공급망의 재지리화(Geo-Relocation)”로 분석한다. 한 물류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의 트렌드는 ‘가까운 곳에서 빨리’라는 소비자 요구가 만든 공급망 혁신이며, 향후 5년간 풀필먼트 투자의 핵심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은 ‘생산지 중심’에서 ‘소비지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 국경 간 풀필먼트와 창고 리쇼어링은 글로벌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과 고객 경험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경쟁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