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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장에 포착된 머리카락 덩어리 [큐레우스 갈무리] |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여섯 살 여자아이가 “배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가 위와 소장 속에서 머리카락이 엉켜 만들어진 거대한 덩어리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 아이가 ‘라푼젤 증후군(Rapunzel syndrome)’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의학 전문 저널 큐레우스(Cureus)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수주간 복통과 구토, 식욕 부진 등을 겪었다. 정밀 검사 결과 위 내부를 거의 가득 채운 머리카락이 소장까지 이어져 있었으며, 의료진은 수술을 통해 덩어리를 제거했다.
라푼젤 증후군은 자신이 뽑은 머리카락을 무의식적으로 삼키는 ‘모발섭식증(trichophagia)’에서 비롯된다. 삼킨 머리카락은 소화되지 못하고 위 속에 쌓여 ‘트리코베조어(trichobezoar)’라는 덩어리를 형성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덩어리가 소장까지 확장돼 복통, 구토, 장 폐색, 체중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병명은 독일 설화에서 유래했다. 동화 속 라푼젤이 탑에서 길게 드리운 머리카락으로 외부와 연결된 것처럼, 실제 환자들의 머리카락 덩어리도 위장에서 소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소아나 청소년이 반복적인 복통이나 식욕 저하를 호소할 경우, 단순한 소화 장애가 아닌 위장관 내 이물질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 환자의 경우 단순 습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행동 뒤에는 불안, 스트레스, 강박 등 심리적 요인이 자리할 수 있어 정신건강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라푼젤 증후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지 않다. 2014년 인도의 19세 여성 복부에서 2.4㎏, 2019년 미국 18세 여성에서는 4.5㎏의 머리카락 덩어리가 제거된 바 있다.
치료에는 수술적 제거가 필수지만, 완치로 보려면 정신건강 치료와 장기적인 관찰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시 머리카락을 뽑거나 삼키는 행동이 재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라푼젤 증후군은 단순한 신체 질환이 아니라 심리적 고통이 신체로 드러난 결과”라며 “조기 발견과 가족의 관심, 심리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