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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
인천 강화군의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여성 장애인 19명이 시설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가족이 없거나 사회적 연결망이 단절된 무연고자였으며, 일부는 가해자를 ‘아빠’라 부르며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공개된 ‘인천 강화군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그림·사진을 활용한 조사 결과가 담겨 있었다. 언어 표현이 가능한 피해자들은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원장이 몸을 만졌다”, “거절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언어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몸짓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피해 사실을 드러냈다.
조사에 참여한 19명 중 14명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목됐으며, 피해 장소로는 원장의 방, 거실 소파, 2층 카페 등이 확인됐다. 한 피해자는 “아빠라고 불렀는데, 아빠가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고 진술해 비극적 신뢰의 배신을 보여줬다.
피해 여성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6년간 시설에 거주해왔다. 이 중 13명은 보호자나 법적 대리인이 없는 무연고자였다. 장애 정도는 중증에서 최중증에 이르러, 외부와 단절된 생활 속에서 범행은 오랜 기간 은폐되어 왔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신고를 접수하고, 9월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발달장애인 특성상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지연됐다. 이후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나서 전문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 ‘색동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실태가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강화군은 이 보고서를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전면 비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건은 광주의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의 현실판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인천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다. 인권단체들은 “피해 규모와 수법이 매우 심각하다”며 “장애인 복지시설 전반의 관리·감독 체계를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원장 A씨를 장애인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로 입건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기관은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삼아 추가 피해자 확인과 공범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적인 복지시설 구조와 감독 부실이 또 한 번 장애인 인권을 짓밟았다”며 “국가 차원의 상시 점검 시스템과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