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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토이미지 |
휴대전화가 일상 깊숙이 스며든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혼자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 달 동안 통화나 문자로 연락하는 상대가 20명 미만인 ‘교류 저조층’, 일명 ‘은둔형 외톨이’가 전체 인구의 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민 20명 중 1명이 사실상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통계는 인구·가구·취업 정보와 함께 SK텔레콤의 통신 자료, 신한카드·KCB의 소비 정보, 그리고 SK브로드밴드의 TV 시청 데이터를 가명 결합해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교류 저조층은 한 달 평균 11.3명에게 통화나 문자를 발신했으며, 이는 전체 평균인 50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루 통화 발신 횟수도 1.2건에 그쳐 전체 평균 7.1건과 큰 차이를 보였고, 남성의 비율(5.1%)이 여성(4.7%)보다 높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외로움의 사각지대에 놓일 확률도 커졌다. 이들은 주로 집 주변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한 달 평균 15.8회 외출했고, 하루 외출 시간은 1.3시간에 그쳤다. 반면 TV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9시간에 달하면서 전체 평균보다 두 시간 가까이 길었다. 사회적 관계 대신 미디어 소비가 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 면에서도 이들 집단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교류 저조층의 근로자 비율은 26.2%로 전체보다 낮았고, 연간 근로일수도 평균보다 45일 적은 240일에 그쳤다. 상시근로자는 절반 남짓(52.8%)에 불과했으나, 일용직 근로자(25.7%)와 자영업자(21.5%)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월평균 카드 소비액도 약 64만6000원으로 전체 평균 이하였다. 사회적 교류 감소가 경제활동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여력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한국 사회의 고립 현상이 더는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 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한 연구자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는 물리적 거리가 아닌 정서적 거리로 결정된다”며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도 실제 만남과 관계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고립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고립층을 조기에 파악하고, 지역사회 돌봄망이나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공공데이터와 민간 정보를 결합해 사회적으로 관심받아야 할 계층의 생활 패턴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며 “이 분석이 향후 고립 예방 및 사회적 돌봄 정책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빠르게 이어지는 디지털 소통의 시대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 이번 통계는 연결의 시대에 ‘진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