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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인 것처럼 속여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상대로 영상통화 ‘오디션’을 가장한 성착취를 저지른 남성이 실형을 피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연예인 지망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전형적인 온라인 성범죄라는 점에서, 아이돌 산업을 둘러싼 취약 청소년 보호 대책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만 10세 여자아이가 “아이돌을 꿈꾼다”고 밝히자, 스스로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그는 “영상통화로 1차 오디션을 보면 데뷔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피해 아동이 옷을 벗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스스로 만지는 장면을 영상통화로 보여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있는 방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한편,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2차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선생님이랑 커플 할 거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을 ‘오디션 심사자’이자 ‘연인’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정신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자의 연령, 통신매체를 활용해 피해 아동의 성적 수치심을 단기간이 아닌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자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스스로의 행위를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양형 단계에서 일부 유리한 사정을 참작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놓여 있는 점, 지적 장애와 하반신 마비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감 생활이 일반인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 결과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피해 아동이 초등학생, 그 중에서도 만 10세라는 매우 이른 연령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이 크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동은 성인에 비해 관계의 권력 불균형을 인식하기 어렵고, ‘사랑’이나 ‘연인’을 내세운 말에 쉽게 휘둘리기 때문에, 법원과 수사기관이 이러한 온라인 성범죄를 보다 엄중히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성폭력 전문 상담가들은 “사회적 지위나 꿈과 연관된 ‘기회’를 미끼로 한 범죄는 피해자를 더 오랫동안 죄책감과 부끄러움 속에 가두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인 심리치료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사건은 아이돌·연예인 데뷔를 꿈꾸는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경고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엔터 업계를 사칭해 SNS·메신저를 통해 접근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실제 기획사들은 공식 오디션 채널을 명확히 안내하고, 학교와 가정에서도 ‘영상통화 오디션’ 제안 자체를 의심하고 어른에게 즉시 알리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채팅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신고·차단 기능 강화와 모니터링 체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