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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년 전 걸린 백혈병 때문에 결혼 반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과거 병력과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글을 올린 여성 A씨는 “여섯 살 때 소아백혈병을 앓았지만 부모님의 헌신적인 간호와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정기검진도 문제 없을 만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예비 시댁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아팠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소아백혈병 병력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결혼 축복이 아니라 “손주도 너처럼 백혈병 가지고 태어나는 것 아니냐”, “네가 다시 병이 도지면 내 아들이 평생 고생하는 것 아니냐”, “부모가 도대체 뭘 먹이며 키웠길래 백혈병에 걸리게 했느냐”는 날 선 말들이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내가 겪었던 병과 치료 과정 자체가 잘못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며 큰 상처를 호소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아픈 과거를 솔직하게 말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라며 예비 시댁의 태도를 비판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나중에 손주가 감기만 걸려도 며느리 탓을 할 것 같다”, “결혼 전에 이런 가치관을 확인한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결혼을 재고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반면 “자식을 둔 입장에서는 유전과 재발 위험이 걱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와, 어디까지가 ‘정당한 걱정’이고 어디부터가 ‘차별’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의학적으로 백혈병은 골수의 조혈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통제되지 않고 증식하면서 정상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혈액암으로, 정상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줄어들며 빈혈, 출혈, 잦은 감염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소아백혈병은 전체 소아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흔한 편이지만,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등 치료 성과가 개선되면서 완치 후 성인이 되어 직장·결혼·출산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다.
전문의들은 백혈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여전히 ‘복합 요인’으로 본다. 일부 유전적 취약성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녀가 백혈병을 겪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가족력이 전혀 없어도 발병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설명한다. 방사선·화학물질 노출, 특정 약물, 흡연·환경 요인 등이 거론되지만, “부모가 뭘 먹여서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식의 단순한 원인 규정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탓에 의료계에서도 ‘전형적인 오해’로 꼽힌다.
소아백혈병의 초기 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해지는 빈혈, 멍이나 코피 같은 출혈, 잦은 감염과 발열이 대표적이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뼈 통증, 잇몸 비대, 간·비장 비대, 오심·구토, 경련이나 뇌신경 마비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집중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치료에 잘 반응해 완전 관해와 장기 생존을 이루는 경우, 이후에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유지하며 직업생활과 임신·출산을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완치 후 장기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고, 담당 의료진에게서 임신·출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과거 백혈병 병력만으로 결혼과 출산을 전면 반대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개별 환자의 진료·치료 이력과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 상태와 향후 임신 계획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번 논란은 ‘질병 경험자’에 대해 사회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완치자에게까지 낙인을 찍는 문화가 결국 환자들에게 병력을 숨기게 하고, 더 큰 불신을 낳는다”는 지적과 함께,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몸이 아프면 언제든지 책임을 전가당할 것”이라며 A씨의 결정을 걱정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치료와 회복의 경험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개인과 가족의 걱정이 ‘차별’로 넘어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