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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Geek+ Robotics |
글로벌 물류 산업의 조용한 혁명이 냉장창고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냉동식품, 신선 농산물, 의약품처럼 온도에 민감한 화물을 다루는 콜드체인 물류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온도 유지만 철저히 관리하면 되던 냉장물류가 이제는 “얼마나 똑똑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콜드체인 선도 기업인 Lineage Logistics와 Americold Logistics는 창고 내 적재 위치, 입출고 동선, 재고 회전율 등을 AI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Lineage는 팔레트가 도착하면 AI가 해당 제품의 수요, 보관 기간, 회전율 등을 실시간 분석해 저장 위치를 자동으로 배정하고, 지게차 운전자가 어떤 경로로 이동해야 가장 효율적인지까지 제시한다. 이 덕분에 기존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줄고, 작업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평가다.
Business Insider는 최근 보도에서 “AI 알고리즘과 디지털 트윈이 콜드체인 창고의 새로운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Americold는 냉동창고 내부의 온도 변화와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AI 플랫폼을 도입해 재고 손실률을 15% 이상 줄였다고 발표했다.
AI는 단지 창고 안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글로벌 식품 브랜드 유니레버(Unilever)는 날씨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아이스크림 수요를 예측한 결과, 예측 정확도가 10% 향상되고 판매량이 12% 늘어났다고 밝혔다. 단순한 온도 관리에서 벗어나 AI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팔릴지’까지 계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Business Insider는 “대형 물류기업은 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지만, 중소 운송사나 농업 공급자는 여전히 수동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와 시스템 통합이 부족한 점이 기술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콜드체인에 AI가 가져올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시뮬레이션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 계획 수립에 활용되고 있다. AI가 “내일 어느 지역에 냉장트럭을 더 배치해야 할지”, “어떤 제품을 먼저 출하해야 손실이 적을지”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에너지 절감, 폐기율 감소, 인력 효율화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냉동창고의 냉각 에너지 절감률은 평균 7~10% 수준으로 향상되었으며, 배송 오류율도 20% 가까이 감소했다는 업계 보고가 나온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선배송과 의약품 물류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내 물류기업들도 점차 AI 기반 콜드체인 관리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은 AI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냉장 트럭 배차를 최적화하거나, 재고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IoT 센서를 도입하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냉장창고의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의 차원을 넘어선다. 데이터 기반 예측, 자율 의사결정, 에너지 효율화가 융합된 ‘지능형 콜드체인’이 물류 경쟁의 새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