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공개에 ‘코피노 아빠들’ 돌변…7년 만에 연락 이어져
    • “끝내 외면하던 양육 책임, 압박에 반응”
    • 연합뉴스구본창 씨 SNS 캡쳐
      연합뉴스/구본창 씨 SNS 캡쳐

      필리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이른바 ‘코피노(Kopino)’를 버리고 도망친 한국인 아버지들이 시민단체의 얼굴 공개 이후 부랴부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몇 년간 완전히 연락을 끊고 책임을 회피하던 이들이 7년 만에 뒤늦게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전 배드파더스) 활동을 이어온 구본창 씨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현지 싱글맘들의 ‘아빠 찾기’ 보도 후 연락이 두절됐던 남성들이 다시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 씨에 따르면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던 사례 중 일부는 사진 공개 직후 메시지를 보내왔고, 일부는 여권번호와 연락처를 숨기던 행태를 반성하며 사과 의사를 전했다.

      얼굴 공개는 논란의 대상이기도 했다. 구 씨는 과거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 당시 이름과 직업 등을 공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구 씨는 “공적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다시 코피노 사례 공개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2018년에 태어난 딸을 두고 떠난 이씨를 찾고 있다”며 “아이가 아픈데 병원비조차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루 뒤에는 “2010년생 딸을 남겨둔 또 다른 남성이 한국으로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하다”며 “주변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게시했다.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어학연수하던 한 남성은 출국 전 현지 여성에게 자신이 북한 ‘평양’에 산다고 속인 채 연락을 끊었고, 아이를 남겨둔 채 사라졌다. 구 씨는 “이런 형태의 회피가 반복되기 때문에 사진 공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한국인 도피 남성들로 인해 ‘코리안 고 홈’(Korean Go Home)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는 등 반한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구 씨는 “한국인 아버지들이 버린 5만 명가량의 코피노들이 구조적 방임 상태에 놓여 있다”며 “단순한 개인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외교적·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 사회의 인식 개선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국제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코피노 문제는 양육비를 회피한 몇몇 개인의 범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글로벌 책임성과 도덕성을 시험하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해외 체류 중인 한국인 자녀 관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사관 차원의 조사 확대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랫동안 은폐된 이 문제가 제도적 해결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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