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에너지시장운영기구(AEMO)가 2025년 10월 30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호주 남동부 지역의 전력망은 향후 2 ~ 3년 안에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 문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그리드)의 용량과 유연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AEMO는 2027년까지 일부 태양광 및 풍력 발전단지에서 발전량의 35 ~ 65 %가 실제로 계통에 공급되지 못한 채 차단(curtailed)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발전 설비가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송전망 용량이 부족하거나 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발전 제어가 필요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대규모 태양광 농장과 풍력단지가 집중된 빅토리아(Victoria),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남호주(South Australia)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AEMO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전력망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사업자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 5년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했다.
태양광 설비만 해도 202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으며, 풍력 발전 역시 주요 광산지대와 농촌 지역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그러나 기존 송전선로는 대부분 화석연료 발전소 인근에 집중돼 있고, 재생에너지 단지는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 송전 인프라의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호주 에너지 규제기관(ARENA)은 “전력망 증설과 에너지 저장 인프라 구축 속도가 재생에너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송전선 확충, 분산형 저장장치, 계통 안정화 장치 등 기술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망 문제는 기술적인 동시에 정책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82 %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전력망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 예산·일정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탄소 감축이 실현되지 않는다”며,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그리드(전력망) 혁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컨설팅 기관인 로드 파워 애널리틱스(Road Power Analyt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전력 수요를 넘어설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며,
“전력망과 저장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력 낭비와 시장 불안정이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EMO의 이번 경고는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송전 인프라 개선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전력망의 물리적 한계뿐 아니라, 전력 거래 규제와 예비전력 운용 방식 등 제도적 요소도 새로운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통 제약이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2의 에너지 전환 장벽(Second Transition Barrier)’**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AEMO는 향후 3년간 송전망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및 송전선 신설을 통해 발전량 상계(curtailed power)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 또한 ‘Rewiring the N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송전망 구축 및 주간 전력망 확충에 200억 호주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계획이 실제로 언제,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 
| 출처: CSIRO / CC BY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