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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More Than Shipping (MTS Logistics) |
전 세계 물류 산업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때 대형 선사와 글로벌 유통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물류 시스템에 이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물류 플랫폼’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트레이드매거진(Global Trade Magazine)은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 프레이트 플랫폼이 중소기업의 국제 운송 진입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으며, AI와 자동화 기술이 글로벌 배송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플랫폼은 실시간 운송 추적, 화물 배정, 경로 최적화 기능을 표준 서비스로 제공해 소규모 기업도 복잡한 물류 네트워크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국의 물류 기술기업 RXO는 ‘SaaS형 운송관리시스템(TMS)’을 중소 화주에게 개방하며, 대기업 수준의 물류 효율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인도의 스타트업 시프로켓(Shiprocket)은 AI 기반 하이퍼로컬 배송 플랫폼으로 전환해, 중소 상공인 2,000만 명 이상이 자체 물류망 없이 온라인 주문과 배송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중소 판매자에게 자사 물류망 일부를 개방하면서, 소규모 브랜드들도 ‘로켓배송’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물류의 서비스화(Logistics as a Service)’로 정의한다. 물류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기술을 통해 필요한 만큼 이용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시장은 점차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더 많은 중소 브랜드가 빠른 배송 경쟁에 참여하면서 상품 선택지는 넓어지고, 배송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동일하게 이 기회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SAGE 저널에 실린 ‘중소 물류기업의 블록체인 도입 장벽 연구’는 “기술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인력 숙련도의 격차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급망 가시성, 데이터 표준화, 보안 문제 등은 여전히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남아 있다.
결국 기술은 문을 열었지만, 그 문을 통과할 준비가 된 기업만이 새로운 물류 경쟁의 무대에 설 수 있다. 물류의 진입 장벽은 과거보다 확실히 낮아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