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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Esri Newsroom – “Europe’s Largest Port Turns to Data to Drive Efficiency” (2018) |
2025년의 글로벌 물류 현장은 더 이상 단순히 화물을 ‘옮기는’ 산업이 아니다. 이제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흐르게’ 하는 산업이다. 해상, 항공, 도로, 창고를 오가는 수많은 화물의 움직임이 디지털 언어로 번역되면서, 물류의 경쟁력은 단순한 운송 효율을 넘어 데이터 통합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먼저 국제 규제와 표준의 변화가 이 흐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4년부터 모든 회원국에 ‘해사 싱글윈도우(MSW)’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했다. 입출항 서류를 전자 데이터로 단일 창구에서 제출하도록 한 이 제도는 선박과 항만 간 정보를 하나의 구조로 묶는 기초 인프라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2025년까지 ‘전자 화물정보(eFTI)’ 기술 사양을 완성하고, 2027년 7월부터는 모든 회원국이 전자 데이터로 제시된 운송정보를 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제도만으로도 향후 해상·육상 운송의 데이터 구조는 통일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관세기구(WCO)도 데이터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25년 새롭게 발표된 ‘WCO 데이터 모델 4.2.0’은 통관·원산지·보증 등 항목을 하나의 글로벌 데이터셋으로 묶어 각국 세관과 물류기업 간 호환성을 높였다. 여기에 미국의 상업 차량 운행시간 전자기록장치(ELD) 의무화, 유럽의 ‘스마트 타코그래프 2’ 도입이 맞물리며 도로운송 데이터의 디지털 기반도 빠르게 확립되고 있다.
산업 표준의 진화도 눈에 띈다. 해상물류에서는 DCSA의 ‘Track & Trace’ API 표준이 2025년 로테르담 항만에서 공식 상용화되며, 화주와 운송사 간 데이터 연동이 현실화됐다. 항공화물 부문에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추진하는 ‘ONE Record’가 표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기존의 여러 서류를 하나의 데이터 레코드로 통합해, 항공사·포워더·공항·세관이 같은 정보를 동시에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GS1의 ‘EPCIS 2.0’과 ‘Digital Link’ 표준은 제품의 이동·입고·적재·반품 등 이벤트를 웹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하며, 각종 2D 바코드와 QR코드 전환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통합 흐름은 실제 현장에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은 2025년 4월, Portbase와 DCSA가 공동으로 개발한 표준 API를 전면 적용했다. 이를 통해 화주는 IT 벤더에 구애받지 않고 운송 단계별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항공화물 부문에서도 IATA는 같은 해 ‘항공화물시설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공개하며, 공항 지상조업사와 창고업체들이 ONE Record AP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연동할 것을 권고했다.
규제와 표준이 동시에 움직이자 산업계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다. 해운·항공·육운·세관의 데이터 형식이 하나의 공통 구조로 묶이면서, 서로 다른 플랫폼 간 정보 불일치 문제가 점차 줄고 있다. 예컨대 DCSA의 해상 이벤트 코드와 IATA의 항공 운송 단계 코드, 그리고 WCO 데이터 모델이 상호 맵핑되는 구조가 실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통합은 지연 예측과 예외 관리, 규제 대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해준다. 선적 문서, 통관 정보, 차량 운행기록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 리드타임 예측과 운송비 절감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각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이고, 오류 제출로 인한 행정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모든 지표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자 선화증권(eBL)의 실제 채택률은 기관에 따라 5%에서 11%까지 편차가 있다. 2D 바코드의 전환 속도 또한 업종과 국가별로 크게 다르다. 따라서 “모르면 모른다”는 원칙을 지키며, 기업은 자사 기준에서 데이터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
결국 2025년의 물류 트랙킹과 데이터 통합은 표준과 규제, 기술이 맞물려 하나의 방향성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운송 과정의 ‘빈 구간’을 감으로 채웠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그 빈칸을 메운다. 보이지 않던 화물의 여정이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 물류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정보의 정밀한 연결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