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물류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운송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서비스(ERS)가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9%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가정 내에서 소비되는 식품 가격은 2%대 상승에 그치지만, 외식 물가는 4% 가까이 뛰며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가격 불안은 품목별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육류는 사육 두수 감소와 소비자 수요 증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걀 역시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의 여파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반면 일부 과일류는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지만, 채소류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흔들릴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크다.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는 기후 악화가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생산지에서의 폭우와 가뭄은 커피와 코코아 작황을 직격했고, 이는 곧바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커피값과 코코아값이 치솟으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 한 조각의 초콜릿 가격에도 변동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물류와 운송비도 장바구니 물가를 흔드는 핵심 요인이다. 국제 해상 운임과 연료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항만 혼잡이나 기상이변으로 인한 지연이 겹치면 유통비용은 더 불어난다. 이 과정에서 수입 농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중소 유통업체나 지역 상점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비자는 결국 더 비싸진 가격표와 줄어든 선택지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장마와 폭염, 태풍이 반복된 올여름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크게 출렁였고,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가공식품 가격에도 국제 시세가 빠르게 반영됐다.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 중 식료품 항목은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불안정한 국제 공급망과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영향은 소비자의 장바구니에서 직접 체감된다.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마주하는 우유 한 통, 돼지고기 한 근, 커피 한 봉지의 가격은 곧 세계 곳곳의 항만, 농장, 기후, 무역 정책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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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B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