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를 선언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험난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정책이 구조적으로 화석연료에 묶여 있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력 생산에서 석탄과 가스의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체의 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국제 평균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수치로,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오랜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망에 효율적으로 통합되지 못하면서 실제 발전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전력 중심의 독점적인 송배전 구조와 노후화된 전력망, 발전 사업자 간 제한된 접근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제 에너지 분석기관은 한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약 15년 늦은 속도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원자력 발전은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으며, 석탄 발전은 같은 기간 16% 감소했다. 이는 신규 원전 가동과 기존 설비의 효율 개선에 따른 효과지만, 원전에 대한 의존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도적 한계도 문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대규모 기업에 무료로 배출권을 배정하면서 오히려 기업에 수익을 안겨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역시 정권 교체마다 방향이 바뀌며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더불어 한국은 국내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이중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해외 가스 개발 프로젝트 참여와 같은 사례가 국제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법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기후법이 미래 세대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며 2026년 2월까지 개정을 요구했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판례로, 기후 정책의 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뒷받침한다. 동시에 청년 단체와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기후 소송도 늘어나면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결국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제 이행이 가능하냐는 의문에 직면해 있다. 현재와 같은 정책과 산업 구조로는 2030년 감축 목표와 2050년 넷제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송배전망 현대화, 전력 구매 계약 활성화, 에너지 시장 개혁,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이행이 동시에 추진돼야만 한국이 기후 위기 대응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