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오전,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산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8월 1일부터 발효 예정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최종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면제 요구를 넘어서, 양국 간 중장기 산업 협력 방안을 담은 ‘상호이익형 종합 패키지’ 제안이 핵심이다. 이 제안에는 ▲조선업 공동 프로젝트,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배터리 공급망 공동구축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협상을 “경제안보 연계형 통상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외교·산업·기업까지 범부처 대응 체제를 가동 중이다.
“25% 관세, 한국 수출산업 직격탄 될 것”
이번 사안의 시급성은 미국이 자동차, 철강, 전자부품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국내 산업 부흥’을 명분으로 교역국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한국도 예외 없이 영향권에 들어갔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중 최소 14조 원 규모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통상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물류 루트 재조정에 나선 상태다.
한국, '상호이익·현지 투자 확대' 카드로 돌파구 시도
구윤철 장관의 이번 방미 일정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특히 한국은 단순한 면제 요청 대신, 미국 내 고용과 투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을 중심으로 ‘윈윈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협상의 차별점이다.
협상안에는 국내 조선사와 미국 해군의 조선 프로젝트 공동 참여, 미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 신설, 배터리 원자재 공동 비축 전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접근은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는 자국 내 제조업 육성과도 부합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정상급 외교 연결 가능성도”…삼성·한화 등도 가세
산업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화 그룹은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 확장 투자를 공식화하며, 협상 테이블에 실질적 카드를 제공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패키징 부문에서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이재용 회장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일각에선 외교 라인의 고위급 연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조현 장관은 일본 및 미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다자 간 산업 협력 및 공급망 동맹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외교적 흐름은 단기적 협상뿐 아니라, 향후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남은 시간 72시간”…결과 따라 수출지형 바뀔 수도
협상 마감 시한은 8월 1일이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관세는 자동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유예나 연장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으며, 협상 성공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달려 있다.
양국 간 협상 결과는 빠르면 이번 주 말 또는 내주 초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관세 부과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국 수출 산업은 미국 이외 시장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합의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먼저 미국과의 신통상 모델을 마련한 국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