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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
미국 연방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강간범’으로 지칭하면서, 미국 정치권에 다시 한번 격렬한 논쟁이 불붙었다. AOC의 이 발언은 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법적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공화당 측의 강한 반발로 인해 단순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발단: SNS에서 던져진 한 마디
논란은 AOC가 자신의 SNS 계정에서 “트럼프는 법적으로 성범죄가 인정된 강간범”이라고 적으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이어 “이런 인물이 대선 후보로 다시 거론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여성 인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AOC는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언행을 강하게 비판해왔지만, ‘rapist(강간범)’라는 표현은 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해당 게시물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정치인의 용기”라는 찬사가 이어졌지만, 동시에 비판과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졌다.
법적 사실과의 불일치? 트럼프 측의 즉각 반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 그의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통해 “트럼프는 형사재판에서 강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없다”며, “AOC의 표현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공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AOC의 발언은 명예훼손 소지가 크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3년, 언론인 E. 진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성폭력 및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민사 법원은 트럼프가 캐럴에게 성추행과 명예훼손을 저질렀다고 판결했으나, ‘강간’에 대해서는 배심원단이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OC의 ‘강간범’ 발언이 법적 판단을 넘어선 해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OC “진실은 가려져선 안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AOC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녀는 후속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가 성범죄에 얼마나 관대한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보아왔다”며, “피해자가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정치인은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강간인지 성추행인지, 법원의 판결만으로 도덕적 판단이 마비돼선 안 된다”고 덧붙이며, 공직자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AOC는 뉴욕 퀸즈와 브롱크스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고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과거에도 기후위기, 이민 정책, 경찰 개혁 등의 이슈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선 앞두고 더 뜨거워지는 양 진영의 충돌
이번 논란은 단순한 SNS 상의 표현을 넘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양 진영의 대립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AOC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의원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진보 단체들은 “트럼프의 성범죄 책임을 정치권이 계속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공화당 측은 이번 발언이 “정치적 선동”이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사실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특히 보수 언론과 공화당 지지층은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법 판결조차 왜곡하고 있다”며 여론전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AOC의 윤리위 징계를 요구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후속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분석: “표현의 자유 vs 명예훼손”… 경계는 어디인가
이번 사안은 단순히 AOC 개인의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미국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쟁점을 드러낸다.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와 공적 인물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동시에 무분별한 명예훼손이 어디서부터 문제인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의 판결 기준은 다르며, 법률적으로 ‘강간’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표현을 사용하는 건 사회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라며 AOC의 입장을 지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