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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Logistics Middle East |
이라크가 국제도로운송협약(TIR) 제도에 완전히 참여하면서 중동 지역의 물류 지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지난 2025년 4월 1일부터 이라크가 TIR 운송을 공식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는 국경을 넘는 화물 운송에서 표준화된 통관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유럽과 걸프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육상 물류 축을 강화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라크 내에서는 국영기업인 GCLT(General Company for Land Transportation)가 TIR 카르네 발행과 보증 업무를 담당한다. 이 제도의 핵심 가치는 국경 통과 시간을 단축하고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국제도로교통연합(IRU)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기존에 유럽에서 걸프 지역까지 해상과 육상을 병합한 복합 운송으로 약 24일이 걸리던 구간이 TIR 기반 육상 경로를 이용하면 10일 안팎으로 단축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시범 사례로, 모든 국경에서 같은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통관 지연과 보안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중동 물류의 거점 역할 변화도 주목된다. 이라크는 바스라 지역의 그랜드 파우 항만과 터키 국경을 연결하는 ‘이라크–유럽 개발도로(Iraq–Europe Development Road)’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철도와 도로, 항만 인프라를 연계해 아시아·걸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체 경로를 개척하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터키 미르신 항만에서 이라크 움므카스르 항만을 거쳐 걸프 지역으로 화물을 연결하는 시범 운송도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 항로보다 운송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라크 경유 경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여전히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중동 특유의 정치·안보 불안정성이 물류 안정성에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둘째, 국경 통관 시스템의 역량 차이와 인프라 미비가 여전히 병목으로 남아 있다. 셋째, 해상 운송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실제 수요 이동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IR 제도의 확산은 중동 물류 지형의 새로운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존의 수에즈 운하 중심 해상 운송 체계에 일부 균형추가 생기고, 유럽–아시아 간 무역 흐름에서 이라크가 환승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시험 단계에 머무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유럽 물류 경쟁 구도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