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다시 한번 명확한 과학적 입장을 내놓았다. WHO는 최근 다수의 국제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백신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결론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WHO 산하 전문가 위원회는 지난 15년간 발표된 주요 연구들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검토 대상에는 2010년 이후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30여 건의 역학 연구와 임상 분석 결과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 연구는 대규모 인구 집단을 기반으로 백신 접종 여부와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률을 비교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위원회에 따르면 다수의 연구는 백신 접종 이력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사이에 상관관계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제한된 표본 규모나 설계상의 문제로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이러한 연구들 역시 백신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준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WHO는 특히 연구 방법론의 타당성, 통계 분석의 신뢰도, 교란 변수 통제 여부 등을 중심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확인은 백신 안전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과학적 합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WHO는 과거부터 백신과 자폐스펙트럼장애 간의 연관성을 부정해 왔으며, 이번 검토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WHO는 성명을 통해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특히 백신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은 예방 가능한 감염병의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영유아와 고위험군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 하락 이후 홍역이나 백일해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증가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반면, 백신이 그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WHO 역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근거 기반 연구에 집중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나 음모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WHO는 앞으로도 백신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제시될 경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보건 당국에 대해 정확한 정보 전달과 신뢰 회복을 위한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이번 발표는 백신 접종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