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유라시아 철도 물류망 ‘구조적 불안정’ 진입
    • TSR·중국-유럽 화물열차 운행 차질 본격화…제재·보험·통관 리스크로 비용·리드타임 동반 상승
    • 출처 CAUCASUS WATCH
      출처: CAUCASUS WATCH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 물류망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 육상 운송 축으로 기능해 온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유럽 화물열차(中歐班列)가 제재, 보험, 통관, 금융 규제에 동시에 걸리며 운영 신뢰성을 크게 잃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대러 제재가 심화되면서 철도 운송 자체에 실질적 장벽이 형성됐고, 다수의 유럽 기업이 기존 경로를 회피하거나 대체 루트를 찾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TSR을 운영하는 러시아철도공사(RZD)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화물 수송량은 11억8천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4%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감소 원인에는 서방 제재, 인력 부족, 설비 노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유럽의 주요 보험사들이 러시아 경유 화물의 가입을 기피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인상하면서 TSR 활용은 더욱 제한적이 됐다. EU 산하 정책연구기관(EPRS)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 다수의 기업이 러시아 경유 철도 운송을 축소하고, 우회 경로 채택으로 비용과 시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유럽 화물열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주요 경유지였던 벨라루스가 제재 대상국으로 지정되며 국경 검사 강화와 통관 지연이 빈번해졌고, 러시아 정부가 2024년 11월 행정지침 제1374호를 시행하면서 전자기기·기계류 등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검사 비율을 크게 높이자 노선 전체에서 적발·지연 건수가 급증했다. 중국발 유럽행 철도 운송량은 2024년에 33만704TEU로 증가했으나, 유럽발 중국행 물량은 4만9천여 TEU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량 불균형과 경유 리스크가 동시에 심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간회랑(Trans-Caspian, Middle Corridor)으로의 물동 전환이 늘고 있다. 중국–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조지아–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이 루트는 러시아·벨라루스를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해상 환적과 철도 환승이 동반돼 운임 변동성, 기상 리스크, 항만 혼잡 등 또 다른 비용 요인을 안고 있다. 유럽 연구기관들은 “러시아 경유 단일 축에 의존하여 안정성을 기대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기업들은 복수의 루트 조합을 전제로 공급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계약 단계에서 ‘경유국·검역·통관·보험 리스크’를 별도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고, 물류기업들 역시 러시아·벨라루스 경유 시 고위험 평가를 기본값으로 두고 있다. 해상 운송 및 항공 운송과 철도 운송을 병행하는 멀티모달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단일 루트 의존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라시아 철도망의 불안정성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고착시키고 있다. TSR과 중유반렬은 기능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축으로서의 신뢰도는 사실상 크게 훼손됐다. 수출입 기업들은 노선 전환, 보험 체계 재정비, 대체 운송 수단 확보 등 장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고, “러시아·벨라루스 회피”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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