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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중앙일보 |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온라인 주문 → 택배 배송’이라는 단일 경로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 주문한 상품을 퇴근길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반품하는 등 채널의 경계가 사라진 유통 환경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다채널(Omni-channel) 물류’는 단순한 마케팅 개념을 넘어, 물류 체계와 소비 경험을 동시에 바꾸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합 물류 솔루션 기업 Cle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소비자는 채널을 구분하지 않는다. 매장에서 주문해 집으로 받고, 앱으로 주문해 매장에서 찾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leo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EDI(전자 데이터 교환) 및 API 기반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꼽았다. 재고·주문·배송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기업은 어떤 경로로 주문이 들어와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테일 컨설팅사 Manhattan Associates가 발표한 ‘2025 옴니채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커머스(Unified Commerce)’를 구축한 기업은 비용을 27% 절감하고 장바구니 포기율을 18% 낮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픽업·반품 등 선택지가 늘어나 편의성이 높아졌고, 기업은 채널 간 충돌 없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한 Feedonomics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쇼핑객의 75%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실제 매장에서 체험한 후 모바일로 결제하는 하이브리드 소비 행태가 보편화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물류 체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장이 곧 ‘소규모 풀필먼트센터(배송 거점)’로 기능하면서, 매장에서 바로 출고하거나 반품을 처리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다채널 물류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재고 관리와 배송 동기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남긴다. 예컨대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가 온라인 주문으로 소진되거나, 반품 재고가 다른 채널에서 즉시 재판매되는 등 물류의 속도와 정보 일치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Cleo는 “물류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으면, 옴니채널 서비스는 고객에게 혼란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리테일러들은 ERP(전사 자원 관리), WMS(창고 관리 시스템), OMS(주문 관리 시스템)를 통합한 클라우드 기반 물류 플랫폼을 도입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배송 루트를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물류는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고객 경험의 핵심이 됐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어떤 채널을 통해 상품을 만나든, 일관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결국 다채널 물류는 소비자가 쇼핑의 흐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있다. ‘온라인은 빠르고, 오프라인은 느리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모든 채널이 하나의 연결된 생태계로 작동하는 중이다. 물류는 그 경계를 허무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