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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Reuters, “Freight and trucking bankruptcies surge amid global logistics slowdown” (2025) |
글로벌 운송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물류 수요가 안정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운송업체들은 급등한 비용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시장을 떠나고 있다. 여기에 연료비 상승, 인력난, 운송능력 과잉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업계 전반의 경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호주 일간지 Courier Mail은 “운송 및 물류업 부문 파산 건수가 2022회계연도 이후 18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호주 퀸즐랜드의 중견 운송사 ‘Newnham Trucking’이 23년 만에 100만 호주달러의 부채를 안고 청산에 들어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서도 대형 운송기업 XL Express가 약 4,200만 호주달러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수백 명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현지 운송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중소 트럭운송사가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Wynne Transportation Holdings’는 39년 만에 파산을 신청했으며,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들어 한 달 평균 수천 개 운송사가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 중이다. 프랑스의 운송업 파산률은 전년 대비 37.8% 증가했으며, 영국과 독일도 연료세 인상과 운전자 부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의 엇갈림’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폭증했던 전자상거래 물량이 줄어든 반면, 물류비는 오히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디젤 가격과 인건비, 보험료, 차량 유지비 등 핵심 비용이 모두 증가하면서 중소형 운송업체의 수익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대형 물류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비용 부담을 분산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운송시장 재편의 전조”로 본다. 기존의 수많은 중소형 운송사가 사라지고, 대형 종합물류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구조적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물류컨설팅 관계자는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가 효율성과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며 “특히 AI 기반 운송관리, 전기트럭·자율주행 도입 같은 기술 혁신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가 도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배송 지연이나 서비스 축소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노선이나 지역에서 운송망이 축소되면 상품 배송이 늦어지거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형 물류기업 중심의 표준화된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서비스 품질이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위기는 물류산업의 체질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비용 구조의 개선과 기술 전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인력 정책 없이는 안정적인 배송 서비스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는 더 이상 단순한 운송비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