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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모벤티스 디지털마케팅팀 |
국내 택배·물류 산업을 뒤흔드는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본격화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새벽 0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배송을 제한하자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시간대 배송이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오전 5시 조와 오후 3시 조로 나누는 2교대 근무 체제 도입을 함께 제안했다.
택배노조의 요구는 새벽배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초심야 시간대의 제한’을 중심으로 한 조정안이다. 노조 측은 “새벽배송 서비스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이 수면장애나 심혈관 질환 위험에 노출된 채 새벽 노동을 계속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야간노동과 건강 악화의 상관관계를 지적한 국내외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했다. 새벽배송은 이미 국민의 생활 패턴 속에 깊이 자리 잡았으며, 이용자 수는 약 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수치는 정부의 공식 통계가 아닌 언론 보도와 업계 추정치를 종합한 것으로, 정확한 이용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형 유통사와 이커머스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새벽배송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쿠팡, 컬리, SSG닷컴 등 주요 사업자들은 새벽배송 전용 물류센터와 냉장·냉동 인프라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왔다. 특히 쿠팡은 지난 10년간 6조 원 이상을 물류망 구축에 투입했고, 향후에도 추가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야배송 제한이 도입될 경우 막대한 비용 손실과 물류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인사는 “새벽배송 제한은 국민의 생활 편의를 뒤흔드는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고, 다른 측에서는 “야간노동이 당연시되는 사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노조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새벽배송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거나 법제화한 사례는 없으며, 이번 논의는 사회적 대화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새벽배송 서비스의 선호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소비시장 평가에서 새벽배송은 40개 생활 서비스 중 만족도 1위를 기록했으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새벽배송이 제공되지 않는 지역의 소비자 중 80% 이상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의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소비자의 생활 편의,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의 제안은 아직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았으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유통 물류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새벽배송은 지난 수년간 한국형 물류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편리함과 신속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 서비스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기준 아래 재편될지 사회적 합의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