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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cantrust |
요즘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만 보지 않는다. “이건 어디서 왔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같은 질문이 구매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소비자용 추적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제품 포장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생산지, 운송경로, 저장 조건, 탄소배출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 물류 기술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가 조작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로, 공급망 전 구간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기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제품의 출처나 이동 경로를 기업 내부 시스템에서만 관리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도 그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Denso)는 2024년부터 ‘QR코드+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제품 이력 조회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제조 공정과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식품 업계의 변화도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추적 시스템이 신선식품 유통에 도입되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식탁을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블록체인으로 검증된 제품 정보를 제공받을 경우 평균 1.5달러 이상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정보의 신뢰성’이 새로운 소비 가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영국의 한 슈퍼마켓 체인은 인도 케랄라 지역 농장에서 재배된 바나나의 경로를 QR코드로 추적할 수 있도록 했고,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친환경 인증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이 같은 기술은 향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나 윤리적 소비 흐름과도 맞물려 더 넓은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블록체인에 입력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 기술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공급망이 복잡한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수많은 협력업체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 과제다. 또한 비용 부담, 국가별 표준화 미비, 데이터 공개 범위에 대한 논의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은 분명히 앞으로의 물류와 소비 문화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제품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 제품이 세상에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함께 보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이건 어디서 온 물건일까?’라는 질문은 곧 ‘나는 어떤 가치의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