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항만, 자동화 전환 가속…‘효율 vs 노동’ 충돌 심화
    • “자동화의 물결에 흔들리는 미국 항만”
      기술 혁신과 일자리 충돌, 공존을 향한 협상의 시간
    • 물류 혁신이 전 세계 항만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 항만들도 자동화 흐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고 있다. 특히 서부 해안의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 동부의 뉴욕·뉴저지항, 그리고 멕시코만의 사바나항 등 주요 관문 항만들은 반자동 크레인(RMG), 바코드·RFID 기반 장비, 무인 트럭 도입을 추진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비용 절감과 안전성 강화라는 기대 속에서, 노동조합과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긴장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항만의 자동화 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처리량을 자랑하는 유럽과 아시아 항만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예컨대 로테르담항, 싱가포르, 브리즈번 등은 이미 완전 자동화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항만은 여전히 상당 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에 한해 세미 자동화 형태의 장비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강력한 항만 노동조합의 존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도입 시 항만 운영비는 평균 15~35%까지 절감될 수 있는 반면, 실제 생산성은 715%가량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됐다. 이는 장비 비용, 비표준화된 작업 구조, 기술 인력 부족, IT 시스템 간 통합 미비 등의 현실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특히 자동화 시스템이 기대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고, 시스템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노동조합, 특히 ILA(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는 자동화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자동화는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10월, 미 동부와 멕시코만 연안의 36개 항만에서 4만 7천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으며, 이들은 “자동화는 노동자의 존엄성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이 파업은 임금 62% 인상과 함께, 자동화 장비 도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한 새로운 단체 협약 체결로 마무리되었다.

      2025년 1월, 항만 운영사들과 노동조합은 6년간 유효한 신규 마스터 계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기존 조합원의 고용 보장을 위한 조항과 함께, 자동화 장비 도입 시 인력 충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미국 항만 운영사 연합체인 USMX(United States Maritime Alliance)는 자동화를 ‘운영 지속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기술’로 보고, 이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들은 자동화가 전체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고, 반복 작업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줄이며, 급증하는 물동량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이러한 기술적 접근이 실제 항만 현장에서 얼마나 현실적으로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미 자동화 장비도 실제 현장에서는 95% 이상 자동으로 운용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개입은 최소화된다. 노동계는 이 점을 들어 “세미 자동화라는 말은 사실상 기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항만의 자동화는 앞으로도 점진적이고 협상 중심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전환은 불가능하며, 기술 효율성과 고용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핵심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미국 항만이 직면할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자동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이다. 단순히 자동화 장비를 더 투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숙련 인력의 재배치, 디지털 기술과 기존 시스템의 연계, 그리고 노동계와의 지속적 소통을 통한 신뢰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방식만이 미국 항만이 글로벌 물류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Port of Virginia의 항만 야적장에서 다수의 자동 적재 스태킹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정렬하고 있음 대규모 자동화 투자가 현실로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Port of Virginia의 항만 야적장에서 다수의 자동 적재 스태킹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정렬하고 있음. 대규모 자동화 투자가 현실로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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