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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Philippe Rekacewicz / UNEP · GRID-Arendal 지구 생태계의 근간인 ‘토양(soil)’이 조용히 병들고 있다. 세계 각국의 환경기관과 학계는 최근 잇따라 토양 퇴화(soil degradation)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이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못지않은 전 지구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토양은 단순한 흙이 아니라, 작물 생산과 물 순환, 생물 다양성 유지, 탄소 저장 등 수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하지만 인류가 지난 세기 동안 이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 지구의 토양은 빠른 속도로 생명력을 잃고 있다.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은 「Five Reasons Why Soil Health Is Declining Worldwide」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비옥한 상층토(topsoil)의 손실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농업, 과도한 경작, 단작(monoculture), 농기계 사용, 그리고 산성화·염류화·압실화(compaction)가 토양 구조를 무너뜨리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손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최근 자료에서 “염류화된 농경지에서는 작물 생산량이 최대 7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양 퇴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농경지의 과도한 비료 사용과 경운은 미생물 생태를 파괴하고, 토양 표면의 식생 피복을 줄여 침식과 건조화를 초래한다. 지하수의 과잉 취수와 관개 불균형은 염류가 지표에 축적되도록 만들어,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UNEP는 이러한 상황을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의 기반이 무너지는 현상”으로 표현했다. 영국 은 2024년 12월자 보도에서 “지구 농업용 토양의 약 3분의 1이 중간 이상 수준으로 퇴화되었다”고 전하며, “과잉 경작과 화학비료 의존이 토양 생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토양 연구가 부족해, 퇴화 속도를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과학적 감시의 공백은 정책 대응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토양 건강 악화는 단순히 농업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토양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 토양 내 유기물 손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킨다. 또한 토양의 수분 유지력 저하와 표층 유실은 홍수·가뭄 등 극한 기후 현상의 피해를 키운다. 결국 토양 퇴화는 식량, 물, 기후, 생태계 모두를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 위기’다. 전문가들은 이제 토양을 단순한 농지 자원이 아닌 ‘생태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UNEP와 세계자연기금(WWF)은 토양 복원을 위한 대표적인 실천방안으로 ▲피복작물(cover crops) 확대, ▲무경운(no-till) 농법, ▲유기물 투입, ▲염류화 관리, ▲토양 모니터링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토양 연구·관측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경지 중 일부 지역에서 산성화와 영양 불균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논·밭의 토양유기물 함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정책 속에 ‘토양 복원’을 핵심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금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은, 단순한 흙덩어리가 아니다. 인간의 식탁과 물, 그리고 기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계’다. 그러나 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토양은 한 세대가 아니라, 수백 세대가 물려받은 자산이다.” UNEP의 경고처럼, 토양을 살리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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