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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CNN |
세계 주요 물류 거점에서 노사 갈등이 다시 확산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만과 철도 운송이 잇따라 멈춰 서면서, 기업과 화주들은 물류 지연과 비용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큰 파급을 일으킨 사례는 지난해 가을 미국 동부와 걸프 연안 지역에서 발생한 항만 파업이다. 국제항만노조(ILA)와 미 해사동맹(USMX) 간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뉴욕·뉴저지·서배나·휴스턴 등 주요 항만의 하역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약 4만5천 명의 항만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고, 미 언론과 물류업계는 하루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항만이 멈추자 철도와 트럭 운송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되며, 소매·제조·에너지 부문으로 혼란이 확산됐다. 결국 노사는 3일 만에 잠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자동화 도입과 인력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철도기사노조(GDL)와 국영철도사 도이체반(Deutsche Bahn) 간의 임금협상이 결렬되며, 2024년 초부터 여러 차례 파업이 반복됐다.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항만과 내륙 물류센터로 향하는 화물 흐름이 크게 느려졌다. 독일 경제연구기관은 하루 약 1억 유로에 달하는 산업생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으며, 특히 철강·자동차 산업의 납품 지연이 심각했다. 올해 3월까지 유효한 ‘평화의무’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재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또 한 번의 대규모 파업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협상 문제를 넘어선다. 자동화 설비 확대, 근로시간 단축, 인력 구조조정 등 산업구조 전환이 직접적인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 효율화를 위한 기술 투자가 확대될수록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고, 이에 대한 반발이 파업으로 번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가 생산성과 고용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공급망 전체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역시 이런 국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국내에서도 ‘안전운임제’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와 업계, 노조 간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유류비 상승과 운송단가 인상 압력까지 겹치면 물류현장의 불만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운송 차질뿐 아니라 구조적인 노사 리스크를 경영전략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물류거점의 단체협약 만료 시점을 미리 파악하고, 불가항력 조항을 포함한 계약 검토와 대체 루트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도입과 자동화가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현장 인력의 재교육과 고용 안전장치 마련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