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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XPO Logistics 공식 EU 뉴스룸 |
2025년 10월, 세계 물류업계는 다시 한 번 연말 성수기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 북미의 블랙 프라이데이, 유럽의 크리스마스, 아시아의 연말 쇼핑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며 국제 배송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 항공, 육상 운송을 망라한 공급망 전반이 수요 폭증에 따른 혼잡과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 해운업계는 전통적으로 8월부터 10월을 ‘피크 시즌(peak season)’으로 구분한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연말 판매에 대비해 사전 재고를 확보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시점부터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 불확실성과 주요 항로의 운임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수입업체가 조기 선적, 이른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전략을 택하면서 선박 공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항로 운임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선사들은 10월부터 피크 수요 할증(Peak Season Surcharge)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 시장의 배송 수요는 특히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분석기관 ShipMatrix는 2025년 연말 시즌 미국 내 소포 물량이 전년 대비 약 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아시아 역시 온라인 쇼핑 확대와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 심화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수요 집중은 운송비 상승뿐 아니라 항만과 통관 단계의 병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관 과정에서는 서류 검증 강화와 임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항만 하역과 창고 분류 작업 현장에서도 인력난이 심화되며, 근무 강도와 인건비 모두 상승세다. 글로벌 물류기업 CEVA Logist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의 핵심 병목은 하역·분류·라스트 마일 인력이며, 자동화로 대응하더라도 완전한 해소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송 지연은 단순히 일정상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 불만, 반품 증가, 브랜드 이미지 손상 등 후속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쇼핑 시즌 이후 반품률은 평시 대비 20~30%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검수·재포장·재배송에 드는 비용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유통·물류기업들은 피크 시즌을 ‘대응의 계절’로 인식하고 있다. 사전 재고를 주요 시장 인근 물류센터에 분산 배치하고 복수 운송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항공과 해상, 철도, 트럭 운송을 혼합하는 멀티모달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 DHL, UPS 등 주요 물류기업은 자동화 창고와 실시간 재고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소규모 셀러를 대상으로 ‘사전 적재형 배송 계약’을 유도해 수요 집중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 포워더와 수출입 업체들은 선적 계약 시점부터 관세·운임 조정 조항을 포함해 비용 상승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통관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서류 검증 및 선적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또한 3자 물류(3PL) 전문업체와 협업해 창고 인력 및 차량 운용을 유연하게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 성수기를 “효율성과 민첩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기”로 평가한다. 정확한 수요 예측, 데이터 기반 재고 관리, 그리고 고객과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물류 컨설팅 기업 Freightos는 “배송 일정과 비용 변동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업이 성수기 신뢰도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연말 시즌의 관건은 단순한 물량 처리 능력이 아니라, 복잡한 공급망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운임 상승, 통관 지연, 라스트 마일 부담이라는 세 가지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기업별로 사전 계획과 기술적 대응 역량이 필수적이다. 피크 시즌의 성공 여부가 곧 연간 수익성과 직결되는 시점, 물류 현장의 체계적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