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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과 회수가 급증한 이커머스 시대에 역물류(리버스 로지스틱스)의 병목과 누락 지점은 곧 비용 폭탄으로 이어진다. 최근 학계와 업계는 저전력 블루투스(BLE) 태그를 활용해 반품 흐름을 실시간으로 가시화하는 방안을 본격 검증 중이다. 핵심은 스마트폰 기반 ‘크라우드 로케이팅’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형 태그의 신호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네트워크 설계·운영 의사결정에 즉시 반영하는 것이다.
실증 연구는 이미 등장했다. 2025년 발표된 연구 “AirTag, You’re It: Reverse Logistics and Last Mile Dynamics” (arXiv, 2025.2)은 Apple AirTag(BLE 5)를 20개 반품 화물에 부착해 Apple의 ‘Find My’ 네트워크로 시간·공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경로·정차 지점·병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허브-스포크 구조에서 특정 지점에 병목이 형성되는 ‘안장점(saddle point)’을 식별하고, 분산 처리로 지연을 줄일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했다. 즉, 소형 BLE 태그만으로도 역물류의 흐름을 데이터로 복원해 네트워크 재설계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BLE 트래커 보안 분석 결과, 신호 스푸핑(spoofing)·도청(eavesdropping)·무결성 훼손 등 취약점이 존재하며, 초저전력 설계 특성상 일부 기종은 보안 기능을 제한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역물류에 도입하려면 태그·리더·플랫폼 전반의 암호화, 인증, 안티-스토킹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아 태그 감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제도와 운영 환경 측면에서도 과제가 뚜렷하다. 순환경제 관점에서 역물류는 비용·표준·규제의 삼중 과제를 안고 있으며, RFID·GPS·바코드·BLE 등 기술 선택에는 산업별·상품별 편익 대비 비용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반품량과 회전 속도가 높은 품목군에서는 BLE의 ‘저비용·광범위 감지’ 장점이 빛날 수 있지만, 냉장·금속 환경이나 장거리 구간에서는 다른 센서·통신 기술과의 하이브리드 구성이 요구된다.
업계는 이미 ‘기술 결합형 리버스’로 방향을 잡고 있다. 글로벌 리테일러와 제조기업들은 2024~2025년 반품 처리 속도와 비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자동화·센서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트레이서빌리티 전문 매체들은 “역물류의 실시간 가시성이 사기성 반품, 재고 혼선, 처리 지연을 줄이는 직접적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태그 단가, 플랫폼 통합, 운영 인력 교육 등 시행 비용이 발생하므로 ROI 검증과 단계적 확산이 필요하다.
학술·실무 과제도 정리된다. 첫째, 인프라—허브·라인홀·픽업지점 등—에 대한 데이터 기반 재배치가 필요하다. BLE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어디서 병목이 재발하는가’를 주기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둘째, 보안·프라이버시—태그 등록·폐기, 데이터 최소 수집, 오남용 탐지 등 거버넌스가 선행돼야 한다. 셋째, 표준화—태그·게이트웨이·WMS/TMS 연동 인터페이스와 이벤트 표준(예: 체크인·체크아웃, 체류 시간)을 정립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BLE 태그는 반품이 많은 품목군(의류, 소형가전, 리퍼 전자기기 등)에서 ‘빠른 회수·빠른 재상품화’의 실전 무기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BLE 태그 기반 추적은 역물류의 ‘보이지 않는 구간’을 드러내어 의사결정을 민첩하게 만든다. 다만 보안, 생태계 의존, 표준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분 최적화에 머물 위험이 있다. 이커머스와 리퍼 유통에서의 경쟁 우위는 결국 데이터 해상도와 운영 반응 속도에서 갈린다. BLE는 그 초입을 여는 가장 현실적인 열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