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산업계 전반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이번 개정안은 노조 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재계에서는 이를 ‘친노동·반기업 성격이 강화된 법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업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규 채용 규모의 축소다. 기존에 계획했던 공개 채용이나 대규모 인력 충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아예 축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부담과 노사 분쟁 리스크를 우려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대신 AI(인공지능)·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화로 방향 전환하는 산업계
제조업 현장에서는 벌써 변화가 감지된다. 한 대형 전자업체는 기존에 3년 뒤 도입하려던 자동화 라인 구축 일정을 1년 이상 앞당겼다. 물류기업들 역시 배송·분류 과정에 로봇을 적용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는 시범 단계였던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비스업과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들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활용한 비대면 업무 처리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고객 응대에 AI 기반 챗봇과 음성인식 상담원을 배치해 인력 수요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노사 갈등을 줄이고 외주·하청 구조를 최소화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일자리 구조 재편 불가피”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일자리 구조의 급격한 재편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일자리 감소와 비정규직 축소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기술 대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고 본다. AI와 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즉 AI 개발·관리, 로봇 정비·운영, 데이터 관리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산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부의 역할과 사회적 논의 필요
문제는 사회적 충격을 얼마나 완화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보완 정책을 마련하고, 자동화 확산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재교육·전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은 자동화에 따른 고용 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해 ‘평생교육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노동자의 권리 보호”임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법 개정의 목적은 부당노동행위를 줄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인데, 기업들이 이를 이유로 채용 축소와 자동화만 추진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향후 산업계는 자동화 도입 속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반복 업무는 점점 로봇이 대체하고, 전략·기획 등 고도화된 영역에서 인력이 집중되는 형태로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 감소, 사회적 양극화 심화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재계와 노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법안 시행 여부를 넘어, 기술 발전과 노동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