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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패션 상품이 선반에 놓인 물류 창고 내부—긴밀한 분류와 재고 관리는 유지되지만, 정책 변화가 이 흐름을 흔들고 있다.” 출처: Kammac, Fashion Fulfilment |
미국이 저가 소포에 적용해 오던 ‘디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예외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면서, 패션·이커머스 업계가 물류 시스템과 가격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다. 먼저 5월 2일부로 중국·홍콩발 저가 물품의 면세 예외가 폐지됐고, 7월 30일 백악관은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해 8월 29일 0시 1분(EDT)부터 모든 국가발 800달러 이하 소포에도 관세가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관세 회피와 불법 약물 유입 차단을 이유로 들었으며, 연방 관보에는 집행 근거와 세부 방침이 공지됐다. 비즈니스와 판결효과가 큰 조치인 만큼 업계의 충격파는 즉각적이었다.
이번 변화의 파급력은 물량에서 확인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디미니미스 통관은 2015년 연 1억 3천만 건에서 2024년 13억 6천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고, 하루 평균 400만 개가 들어온다. CBP는 폭증한 저가 물량이 통관 집행과 안전 규제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해 왔다. 백악관 자료 역시 동일한 통계를 제시하며 제도 중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패션 업계의 1차 충격은 중국·홍콩발 면세 예외 폐지 때부터 뚜렷했다. 초저가 크로스보더를 기반으로 성장한 템루(Temu)와 쉬인(Shein) 중에서는 항공 중심 초고속 배송 의존도가 큰 쉬인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템루는 미국 내 현지 풀필먼트 전환과 해상 벌크 반입 확대 등 대응에 나섰고, 두 회사 모두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7월 말 ‘전 세계 대상’ 폐지 발표 이후에는 에츠(Etsy) 등 크로스보더 판매 의존도가 높은 플랫폼과 소상공인들의 비용·행정 부담 확대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물류·통관 운영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중국·홍콩발 저가 물품은 5월 2일부터 ‘간이 전자신고(Entry Type 86)’가 중단돼 정식 통관으로 전환됐고, 일부 기간에는 우정·특송사들이 접수 일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혼선도 있었다. 전 세계 대상 중단이 발효되는 8월 29일 이후에는 모든 국가발 소포가 관세 대상이 되며, 백악관 문건은 우편물 처리에 대해 한시적 별도 절차를 예고해 세부 지침 공지가 필요하다. 업계는 HS코드 정합성, 원산지 증빙, 관세 사전 계산(Landed Cost), 고객 고지, 반품·추가 징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패션 생태계 전반에서도 가격, 조달, 브랜드 전략 수정이 진행 중이다. 일부 독립 디자이너와 중소 브랜드는 제조원가, 원자재, 물류비 인상과 통관 지연을 호소했고, 소비자 관세 부담으로 반송·주문 취소가 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업계 전문지는 관세 및 디미니미스 폐지와 맞물린 보복 관세·상호 관세 인상이 글로벌 패션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결과적으로 고가·프리미엄 중심의 가격 재조정, 북미 현지 재고 보유 확대, 배송 SLA 재설계 등이 2025년 하반기 패션 기업의 핵심 과제가 됐다.
향후 6개월은 ‘새 질서’ 안착기다. 업계 전문지와 분석기관들은 8월 29일 시행 앞당김으로 이커머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비용 상승과 복잡성 증가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전 세계 대상 중단과 함께 우편물의 과도기적 부과 방식(국가별 관세율에 따른 종가관세 또는 한시적 특정액 관세)이 병행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가 직구의 시대는 구조적으로 막을 내리고 있으며,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가격 정책, 풀필먼트, 통관 데이터 역량을 새로운 상수로 재정의해야 하는 상황이다.